[On Stage]정명훈 지휘자 '음악으로 하나 되는' 한일 합동 연주 이끌다

연주가 끝난 후, 정명훈 지휘자는 왼손으로 미우라 아키히로 도쿄필하모닉 악장의 손을, 오른손으로 최병호 KBS교향악단 부악장의 손을 맞잡고는 번쩍 들어올렸다.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정명훈 지휘자는 자리를 옮기며 제2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콘트라베이스 연주를 이끈 한일 양국 수석 연주자들의 손을 맞잡고는 들어올려 연신 객석의 환호를 끌어냈다.

지난 3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과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합동 연주회는 두 악단 수석 연주자들이 손을 맞잡으며 마무리됐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 KBS교향악단 단원 56명, 도쿄필 단원 55명은 롯데콘서트홀의 슬로건처럼 '음악으로 하나 되는' 무대를 꾸몄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왼쪽)과 이가라시 카오루코가 지난 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과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합동연주회에서 협연 무대를 마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 KBS교향악단]

첫 곡으로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10번을 연주했다. 모차르트가 1779년 누나 난네를과 함께 연주하기 위해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2017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한국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일본 피아니스트 이가라시 카오루코가 예쁜 협연 무대를 선보였다. 둘은 앙코르로 한 대의 피아노에 나란히 앉아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 5번을 포핸즈 연주로 선보여 객석의 갈채를 끌어냈다. 2부 공연에서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이 연주됐다.

클래식음악 평론가들은 정명훈 지휘자가 지난달 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서 선보인 말러 교향곡 2번 '부활'보다 더 깊이있는 연주를 들려줬다고 호평했다. 도쿄필과의 합동 연주를 통해 시너지를 냈다는 것이다. 관악기, 특히 목관악기의 연주가 돋보였다고 평했다.

류태형 평론가는 "도쿄필과 함께 연주를 하면서 KBS교향악단만으로 연주할 때의 단점이 보완됐다"며 "두 악단이 두툼한 앙상블을 보여준 굉장히 좋은 연주였다"고 평했다. 류 평론가는 이어 "KBS교향악단은 원래 현악기군의 연주가 괜찮은데 이날 연주에서는 관악기군도 굉장히 날카롭고 섬세한 연주를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허명현 평론가도 "주요 목관 수석들이 무척 큰 역할을 했다"며 "목관의 훌륭한 연주 덕분에 현악기군도 훨씬 뚜렷한 소리를 들려줬다"고 평했다.

류 평론가는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으로 말러의 거인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도 호평했다. 그는 "말러 거인은 여러 갈등이 마지막에 다 해소되면서 피날레가 굉장히 희망적이고 밝은 미래를 암시하는 곡"이라며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으로 적절한 선곡이었다"고 평했다.

허 평론가는 정명훈 지휘자의 독보적인 말러 해석에 후한 평가를 줬다. 두 악단을 합치다보니 앙상블 자체가 팽팽하고 밀도 있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훌륭한 연주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명훈 지휘자의 역량 덕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휘자들이 잘 보여주지 못했던 말러 음악을 정명훈 지휘자가 잘 보여줬다"며 "이제는 정말 말러 전문가라 해도 될 정도로 정명훈 지휘자의 독보적인 말러 해석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정명훈 지휘자가 지난 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과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합동연주회에서 협연 무대를 마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 KBS교향악단]

정명훈 지휘자는 올해 KBS교향악단의 계관 지휘자일 뿐 아니라 도쿄필과는 오랜 기간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정명훈은 2000년 도쿄필의 예술고문직을 맡았는데 당시 도쿄필의 새로운 이사장으로 부임한 오가 노리오 소니 회장이 애초 정명훈을 음악감독으로 영입하려 했다. 당시 정명훈은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어 음악감독 대신 예술고문직을 맡았다. 도쿄필은 2016년 정명훈 지휘자를 첫 외국인 명예음악감독으로 임명하며 예우했다.

허명현 평론가는 오랜 인연을 이어온 도쿄필과 정명훈 지휘자의 호흡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정명훈 지휘자와 도쿄필 단원들이 서로를 굉장히 신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도쿄필 수석 단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한 점이 이날 좋은 공연이 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연주회에는 많은 한일 정재계 인사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공연을 후원한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대리 등이 공연을 함께 관람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