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안 해도 2035년 의사 3161명 과잉 공급"
"의료서비스 제공 체계·지불보상제도 개선해야"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하면 2035년 최대 1만1481명의 의사가 과잉 공급될 것이라고 의사단체가 주장했다. 이들은 의료개혁을 위해서는 의대 증원이 아닌 의료서비스 제공체계와 지불보상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27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료정책포럼을 열고 '2025년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사 수급 전망'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김택우 신임 회장이 이끄는 집행부가 들어선 이래 의협이 처음으로 내놓은 의사 수급 전망이다. 의협은 정부가 의대생들을 위한 교육 대책을 내놓기 전까진 대화에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포럼 발제자로 나선 박정훈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2035년 의사인력 1만명 부족'이라는 주장은 비현실적인 근무일수 적용에 기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일반 국민 기준 근무일인 265일을 가정했지만, 2020년 전국의사조사에서 나온 활동의사 근무일수인 289.5일을 적용할 경우 의사 인력은 증원하지 않더라도 2035년 3161명 과잉공급이 예상된다"며 "정부 방안대로 증원 시엔 1만1481명의 과잉공급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료개혁 패키지 등이 적용된다면 의료 이용량이 줄어 의사 수요 역시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환자 본인부담금은 의사 수요와 의료 이용량과 음의 상관관계"라며 "실손보험 개혁 등을 통해 환자 본인부담금을 높이고 의료 이용량을 줄이면 의사 수요는 더욱 줄게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 발표 당시 근거로 든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 인력 적정성 연구' 보고서 저자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이날 "복지부가 (내) 논문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정책 근거로 삼았는데 결론 부분을 보면 의사를 늘리는 것이 아닌 의료 지역격차 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의료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단 내용이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홍 교수는 의료개혁의 방향이 의료서비스 제공체계와 지불보상제도의 혁신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료서비스 제공체계의 혁신의 예시로는 '노인주치의제'를 들었다. 그는 "노인 인구의 60%에 주치의제가 적용되고 이들의 건강상태 호전으로 입원의료비 지출은 20%, 외래 의료비 지출은 10% 감소한다고 가정한 연구"라며 "매년 0.5%씩 의료가 발전하고 60%의 노인이 주치의 관리를 받는다면 증원 없이 15년 후부터는 오히려 의대 정원을 매년 3%씩 줄이더라도 2070년까지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금 뜨는 뉴스
의료서비스 지불보상제도 혁신의 예로는 가치기반 수가를 들었다. 의료서비스의 양이 아닌 서비스의 질과 결과에 따라 수가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홍 교수는 "미국 메사추세츠주가 가치기반 수가 시범사업을 한 결과, 의료서비스 제공량과 비용이 모두 20% 가량 감소한 사례가 있다"며 "가치기반 수가 환자 50%, 행위기반 수가 환자 50% 비율이 된다면 몇몇 시나리오에선 오히려 당장 의사 수를 줄여야하는 것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