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소상공인 은행 미뤄선 안 된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22707414648157_1740609706.jpg)
"소상공인에 대한 정보 부재로 신용등급 결정이 어렵고 이로 인해 금리, 만기, 담보 등 조달 조건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소상공인 금융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동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원장이 한 말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 부원장의 지적은 우리나라 소상공인이 겪어 온 금융 애로를 함축한다.
현재 소상공인이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신용평가 체계는 없다. 그러다 보니 금융기관에선 소상공인에게 개인신용 점수를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매월 억대 매출을 올리는 식당을 운영해도 개인신용 점수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경우는 이래서 생긴다. 식당을 하다 보면 이따금 급전이 필요한데 이때 개인이 카드론 등을 쓰면 신용 점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해 생기는 부작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재무 상태가 건전한 소상공인이더라도 개인 신용점수가 낮으면 돈이 필요할 때 2금융권으로 밀려나게 되고 이는 개인 신용점수를 더 낮춰 유망한 소상공인의 성장 자체를 가로막는다.
이 악순환이 반복되며 금융은 지금껏 소상공인을 옥좼다. 지난해 12월의 비상계엄 등 소비심리를 급격하게 위축시키는 일이라도 벌어지면 금융은 울타리가 되지 못했고 소상공인은 가중된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한국신용데이터(KCD)의 ‘2024년 4분기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개인사업자의 대출 연체금액은 11조3000억원이었는데 이는 전년 대비 52.7% 불어난 것이다. 연체자들은 은행권에서 2조4000억원, 저축은행·상호금융업 등에서 8조9000억원의 빚을 갚지 못하고 있었다.
소상공인이 힘들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지만 지금은 더 급격하게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1월 12일부터 ‘계엄’을 거친 12월 6일까지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생활밀접 업종과 제조업종 등의 소상공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실태 조사에서 올해 경영환경이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내다본 소상공인이 절반 이상인 55.6%였다. 나머진 가뜩이나 힘들었던 지난해와 비슷할 것(39.4%)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출이 있는 소상공인의 93.7%가 원리금 상환, 이자 납부 등에 관해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소상공인 지원 정책으로도 80% 이상이 금융지원을 첫손에 꼽았다. 올해 국회나 정부에서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 역시 가장 많은 63.4%가 고금리로 인한 대출 부담 완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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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의 해결책은 이미 나와 있다. 그동안 금융의 서비스와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소상공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소상공인 은행이다. 소상공인 자금 공급에 무게를 둔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절차가 내달 말 시작된다. 예비인가 신청서 접수를 받아 이후 2~3개월의 평가와 심사를 거쳐 예비인가 여부가 결정된다. 공교롭게도 탄핵심판과 이후 이어질 수 있는 조기 대선 일정과 겹친다. 이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 인가가 일정대로 진행되지 못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 소상공인의 현실을 보면 또다시 정치가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김철현 바이오중기벤처부 차장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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