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국내 전문가 10인 설문조사
올해 경제성장률, 1%대 초반 전망도 나와
소비자물가, 상·하방 요인 상존…"내수부진, 2.0% 넘지 않을 것"
경제회복 위해서는…"재정확대·금리인하 정책조합" 가장 많아
25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과 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국내 대다수 전문가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1%대 초반을 예상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물가는 상승과 하락 요인이 상존하는 가운데, 부진한 소비가 상승세를 제한할 것으로 봤다.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돈을 풀고 금리를 더 낮추는 재정과 통화정책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올해 성장률 1.6~1.7% 가장 많아…한은 전망치 낮출 듯
아시아경제가 국내외 경제연구소·주요 증권사·은행 등 경제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지난 17~21일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6~1.7%로 전망했다. 세부적으로 1.6%가 3명, 1.7%가 2명이었다.
응답자 모두 올해 경제성장률이 2%를 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였다. 가장 높은 전망치가 1.7%로, 지난해 11월 한은의 전망치(1.9%)보다도 낮았다. 설문에 응한 전문가 모두 한은이 25일 경제전망 발표에서 GDP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1% 초반대(1.2~1.3%)를 예상한 응답자는 2명이었다. 강민주 ING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수출이 여전히 성장을 견인하겠지만 지난해 대비 모멘텀이 약세로 돌아서고 상반기 내 건설투자와 민간소비도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며 "재정·통화정책 효과도 시차를 두고 하반기 이후에나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올해 성장률은 1.3%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올해 반도체 수출을 제외하고는 수출, 소비, 건설투자 등 모든 지표가 부진할 것이라며 성장률을 당초 전망보다 하향 조정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투자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부진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증가세 둔화 가능성은 올해 성장세가 예상보다 부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지난해 11월 1.9%로 제시했던 전망치를 1.6%로 낮춰 잡았다.
추가 하향 가능성도 남겨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하향 수정하면서 "트럼프 발 정책 리스크에 따라서는 성장률의 추가 둔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물가 1.9~2.0%로 예상…한은 전망치 벗어나지 않아
올해 물가상승률은 2.0%를 전망한 전문가가 4명으로 가장 많았다. 1.9%로 예상한 응답자가 3명으로 뒤를 이으면서 비교적 한은 전망치(1.9%)에 부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외에 1.7% 전망이 1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물가는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이 상존해있다고 봤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이라는 상승 압력, 부진한 소비라는 하방 압력이 모두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하방 압력이 더 강하게 작용해 물가상승률이 2.0% 이상 넘어가지 않을 것으로 봤다. 국제유가 등 공급측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은 데다, 부진한 소비가 역설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킬 것으로 본 것이다. 강민주 이코노미스트는 "원화 약세와 식품가격은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겠으나, 부진한 국내 수요로 인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세는 제한될 것"이라며 "국제유가 약세도 국내 물가를 2% 내외에서 안정시키는 주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1.7% 상승을 예상한 허지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내수 부진에 따른 재화·서비스 수요 둔화, 부동산가격과 임금 안정세를 고려했다"며 하방 요인에 더 큰 비중을 뒀다.
경제 회복하려면 재정 늘리고 금리 낮춰야…적극적 정책 행보 주문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포함한 재정 확대 정책과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조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민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향후 경기 회복을 위해 추경 편성 등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한 전문가는 6명(복수 응답)이었다. 이들은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과의 적절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국가인 한국은 대외 수요 회복이 중요한데 정책당국은 대외 수요 회복까지 충분한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재정 지출과 금리 인하의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며 가시화되고 있는 추경에 동의하면서도, 국채 발행을 줄여 성장률 제고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재균 연구원은 "추경은 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이지만, 세출 증액이 크고 국채 발행이 적을수록 경제적 효과가 높다고 추정된다"며 "재정 확대 전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국채 발행 증가를 줄이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한은 등 정책당국의 공격적이고 긴밀한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상현 연구원은 "내수 경기의 추가 둔화를 막기 위해서는 조기 추경과 적극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며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반등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정책당국의 정확한 인식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에 기반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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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경제회복에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민주 이코노미스트는 "지방 건설에 대한 해결책과 동시에,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민간 경제가 회복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성수 연구원은 "무엇을 해도 단기간 내 경기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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