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모듈 기술 유출 이모씨 공소장 입수
中업체 부사장·기술팀장에 엑셀파일 공유
1000억 피해본 한국 기업은 회생절차로
삼성과 애플에 납품하던 카메라 모듈 검사장비 기술을 중국 업체에 통째로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씨는 재직 중에 부품리스트를 해외 기업 임원에게 위챗으로 직접 보낸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파악됐다. 중국 A·B사 두 곳의 부사장과 기술팀장이 해당 엑셀 파일을 받았는데, 이씨는 A사 한국지사장으로 이직했다. 이 사건은 2023년 1월 국가정보원이 적발, 서울중앙지검에 이첩됐다.
법무부가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이씨는 2022년 6월 30일 국내 카메라 모듈 중소기업에서 퇴사하고, 바로 다음 날인 7월 1일 A사로 자리를 옮겼다. 퇴사 한달여 전인 5월 11일 다니던 회사의 영업비밀인 그래버(이미지 센서로부터 받은 디지털신호를 디지털 영상신호로 바꿔주는 부품) 부품리스트 파일을 직원으로부터 카카오톡으로 전달받았다.
이씨는 직원에게 “중국 회사로 이직하여 그래버를 개발함에 있어 필요한 부품목록을 보내달라. 중국에 보내서 확보 가능한 것들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됐다. 이씨는 파일 이름을 ‘TEST_TOTAL.xlsx’에서 ‘Part List.xlsx’로 바꿔 중국 B사 부사장에게 위챗으로 보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그는 한달 후인 6월 11일에도 중국의 또 다른 A사 기술팀장에게 같은 파일을 전달했다.
검찰에 따르면 2022년 6~7월경 사무실에서 이씨 본인은 고객사와 소통 및 중국 A사 국내영업소 업무 전반 총괄을 맡기로 하고, 다른 직원 3명에겐 설계도면 및 제안서 작성 총괄 등을 맡겼다. 검찰은 “이씨가 (회사에서) 몰래 가지고 나온 장비의 설계도면, 제안서 등을 이용해 중국 A기업 장비의 설계도면, 제안서 등을 작성하기로 순차 공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공소장에 “(해당 회사는) 그래버를 설계 제작했고, 이는 전세계적으로 (이 회사) 만이 유일하게 보유한 기술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첨단기술’임을 확인받은 기술집약도가 높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기술이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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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안동건 부장검사)는 지난달 15일 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국외 누설 등)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이씨 등 2명을 구속기소했다. 이씨와 함께 A사로 옮긴 동료 7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2023년 12~2024년 1월 비슷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사 직원들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씨가 다녔던 회사는 애플과의 협업이 중단돼, 1000억원(추정)이 넘는 손실을 보고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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