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은행의 주주환원은 이어져야 한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4042313583549061_1713848315.jpg)
지난해 우리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상승에 성공한 업종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은행업은 작년 한 해에만 주가가 30%가량 오른 코스피 최고 스타였다. 지겹고 재미없는 업종이라는 시장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은행의 주가가 치솟은 핵심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이 있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작년 초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상장사에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주문했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과 해외 기업설명회(IR)까지 직접 찾아다니며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달라진 우리 기업들을 소개했다. 금융감독기구 수장이 해외 IR에 직접 나선 것은 역사상 처음이었고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를 믿고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은행 스스로의 주주가치 향상 노력도 컸다. 국내 은행들은 정부 정책에 호응해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를 골자로 하는 밸류업 계획을 속속 공개했고 주가는 크게 반응했다. 과거 은행이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한다고 하면 눈치를 줬던 금융당국이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른 어떤 업종보다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은행을 믿고 장기 투자했던 오랜 주주들은 주가 상승과 배당 확대라는 노후의 든든한 안전판 하나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은행이 밸류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보험과 증권 등 다른 금융사들도 속속 밸류업 정책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일반 기업들까지 온기가 퍼지는 중이다. 이쯤 되면 은행을 밸류업 전도사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하지만 은행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올해 들어서는 약간 바뀐 것 같다. 작년까지 한창 오르던 주가가 최근 주춤한 모습을 보여서다. 기준금리 인하 구간에 들어서면서 은행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생긴 데다 계엄 사태 이후 정권 교체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의 밸류업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의 의심을 극복하기 위해 은행은 올해 들어서도 추가 밸류업 정책을 공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크지 않다.
정권이 바뀐다고 정부의 밸류업 의지가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업들의 반발이 있음에도 주식투자자 보호와 증시 선진화를 위한 상법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법개정은 어떻게 보면 현 정부가 추진해 온 밸류업 정책보다 오히려 더 강한 증시 활성화 정책이기도 하다. 만에 하나 정권이 바뀐다고 은행이나 금융사들이 밸류업 정책을 접을 것이라는 추측은 섣부를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오히려 더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은행 주가가 작년에 제법 올랐지만 우리 은행들은 여전히 해외 주요 은행 대비 저평가된 수준이다. 국내 주요 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 안팎으로 미국 10대 상장 은행의 평균 PBR 1.3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일본도 0.8이 넘는다. 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더 강한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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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정책은 한국 자본시장은 물론, 나라 발전을 위해서라도 정권과 관계없이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 나라 경제가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인 자본시장의 활성화가 꼭 필요하다. 국민 자산의 70% 가까이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 기형적인 경제구조에서 우리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자본시장이 발전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장기적인 계획에 의한 밸류업 정책이 국가 발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돼야 한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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