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항의 방문 등 압박 수위 고조
사법부 불공정 프레임으로 보수층 결집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 발의를 추진하는 등 여당의 헌법재판소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사법부 불공정 프레임으로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탄핵소추안'을 대표 발의하기 위해 공동 발의할 의원들을 모으고 있다. 현재 박덕흠·나경원·김민전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강 의원은 탄핵안에서 "문형배 재판관의 언행은 특정 정당 및 후보자의 지지로 읽힐 수 있다"며 "이는 명백히 헌법과 법률, 규정에서 요구하는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탄핵소추 이유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 위반, 헌법재판소 재판관 업무 과정에서 헌법상 공무원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등을 들었다.
여당의 헌법재판소 때리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당 지도부는 헌법재판소를 직접 찾아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한 후 "윤 대통령 탄핵소추가 있자마자 다른 사건에 우선해 우선 처리하겠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지금처럼 재판이 편파적이고 불공정하게 진행되면 국민 분열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권 원내대표가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한 것은 지난달 6일과 22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들도 목소리를 보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헌법재판소 재판에서 절차적 공정성이 완벽하게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결정이 나더라도 동의하지 않는 국민들이 다수 생겨날 수 있다"며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사법부의 권위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헌법재판소가 헌법으로부터 오히려 도망을 다니는 '헌법 도망소'의 모습을 보인다"고 날을 세웠다.
여당이 헌법재판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은 보수층 결집을 노린 포석으로 풀이된다. 사법부 편향성을 문제 삼은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이 같은 여론 흐름을 이어가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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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 국면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방어하는 목소리보다 사법 공정성을 꼬집는 프레임으로 탄핵 심판 이후를 대비한다는 것이다. 탄핵안이 인용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결정을 두고 분열된 여론을 흡수하면 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더라도 억울하다고 하소연할 수 있는 명분을 쌓는 것"이라며 "여론이 탄핵 심판에 분노할수록 당의 지지기반이 더 탄탄해질 것이라 본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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