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반도체 학술대회서 강대욱 상 수상
SK하이닉스 출신 첫 수상
반도체 분야 '거목' 강대원 박사 후계자 지목

이강욱 SK하이닉스 부사장은 13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 그랜드 호텔에서 개최된 한국반도체학술대회에서 '강대원 상'을 받은 후 이렇게 말했다. 딥시크 열풍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위기론이 불거졌지만, GPU의 핵심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 부사장은 이날 HBM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교수와 함께 산업계를 대표해 시상대에 올랐다. 이 부사장은 상기된 모습이었다. 한국인으로 반도체 분야에 대 전환점을 만든 강대원 박사의 업적을 이어갈 후계자로 인공지능(AI) 시대에 돌풍을 일으킨 HBM 개발에 앞장선 자신이 지명됐다는 중압감을 느낀 듯했다. 이 부사장은 수상소감에서도 "반도체 산업 발전에 신기원을 쓴 강대원 박사님을 기리는 귀한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출신으로 이 상을 받은 경우도 처음이다. 1회 시상식에서는 당시 삼성전자 노형동 책임이 회로시스템 분야에서 강대원 상을 수상했다. SD램,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등을 연구한 학자나 엔지니어들이 앞서 강대원 상을 받았다면, 올해는 두 명의 수상자가 모두 HBM 연구자다. 김정호 교수가 HBM의 기반을 마련했고, 이 부사장은 반도체 패키징 기술로 메모리를 쌓아 HBM을 구현해 냈다. 이 부사장은 "반도체 패키지 분야에서 처음 수상하게 된 것도 영광스럽다"고 했다. 김 교수도 하이닉스가 앞장선 덕에 HBM이 꽃을 피울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반도체 학회 측은 이 부사장이 2019년 HBM 3세대 제품인 HBM2E 개발 당시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라는 혁신적인 패키징 기술을 성공적으로 도입해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 글로벌 AI 메모리 리더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도 HBM 기술 개발을 총괄하며 4세대(HBM3) 5세대(HBM3E)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요구보다 SK하이닉스가 앞서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 부사장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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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원 상은 세계 최초로 트랜지스터 모스펫(MOSFET)과 낸드플래시의 근간인 플로팅게이트를 개발하며 현대 반도체 기술의 핵심 토대를 마련했음에도, 61세에 사고로 사망해 노벨상을 받지 못한 반도체 분야의 '거목' 고(故) 강대원 박사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한국반도체학술대회 상임운영위원회가 지난 2017년 열린 제24회 반도체 학술대회부터 강대원 박사를 이을 인재에게 시상하고 있다.
정선=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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