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통한 맞교환 방식 아닌 특사가 직접 협상
위트코프 영향력 중동 넘어섰단 방증
트럼프 "우크라 종전 관계 시작이길"
미국인 교사 마크 포겔(63)이 의료용 대마초 소지 혐의로 러시아에서 3년 반 동안 억류된 끝에 석방되면서 이를 가능케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신은 미국의 협상 방식이, 인질을 맞교환하는 과거의 방식과 달라졌다며 전권을 가지고 협상을 주도한 스티븐 위트코프 중동특사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포겔은 11일(현지시간) 목에 성조기를 두른 백악관에 도착했다. 그는 대통령, 직원 등에게 감사를 표하며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운아로 느껴진다. 트럼프 대통령과 위트코프에게 영원히 빚을 졌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돌아와서 기쁘다"면서 "러시아가 포겔을 집으로 돌려보낸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겔 석방을 위한 러시아와의 협상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12일 추가로 수감자가 석방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그가 미국인인지, 러시아인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포겔은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 겸 모스크바 미국 학교의 교사로 일하던 중 2021년 미국에서 러시아로 돌아오는 길에 짐에서 마약이 발견돼 체포됐다. 포겔은 마약이 의사에게 의료용으로 처방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유죄 판결을 받고 러시아 교도소에 복역 중이었다.
외신은 포겔 석방에서 드러난 미국의 협상 스타일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에는 터키 등 제3국에서 러시아와 인질 교환이 이루어졌다면 이번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특사인 위트코프가 모스크바에서 직접 협상을 주도해 석방이 성사됐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인 외교채널을 피하고 대신 개인특사인 위트코프를 통해 협상에 임했다"고 분석했다. WSJ는 이번 석방이 위트코프의 영향력이 중동을 넘어 확대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전했다.
대러 외교 전략이 바뀔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는 러시아와의 새로운 협상 방식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신뢰하는 측근이 직접 협상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의 대러 외교 전략이 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포겔과 만나기 전 백악관에서 이뤄진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포겔의 석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한 관계의 시작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죽지 않도록 하는 관계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 뜨는 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종식에 대한 의지도 재차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러시아·우크라이나)은 수백만명을 잃었다. 병사 150만명 정도를 단기간에 잃었다"면서 "우리가 그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