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판매 3년째 하락 내수위기
주요 경제수치 추계·진단 실패
가계빚 축소 위한 근본대책 필요
내수 침체가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소매판매액지수가 전년 대비 마이너스 2.2%를 기록하여 2022년(-0.3%), 2023년(-1.5%)에 이어 3년 연속 감소했다. 통계작성 이래 초유의 상황이다. 감소 폭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은 우리 경제가 잃어버린 3년에 그치지 않고 잃어버린 30년을 구가 중인 일본의 모습을 답습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심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고만 있는데도 나라 살림을 맡은 경제 주무 부서의 의지가 빈약하고 그 대응은 의아스러울 정도로 미흡하다.
먼저 기재부는 기본적인 주요 경제수치 추계와 진단에 크게 실패하고 있다. 팬데믹 시절, 정부 살림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주변의 내수 부양 요청을 강하게 거부하던 당시 경제부총리 모습은 충격이었다. 필자는 눈앞에 다가오는 내수 침체를 예견하지 못하는 기재부의 근시안을 본지(2021년 7월 1일자)의 ‘재난지원금은 경제 회복 위한 항생제’ 제하 시론에서 강하게 비판하였다.
그런데 수개월 뒤 더 충격적인 뉴스가 있었다. 경제부총리의 엄살과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져 2021년 세수가 계획보다 약 60조원이나 더 거둬져 돈이 남아돈 것이다. 비유하자면 기재부는 곳간에 쌀이 넘쳤는데도 부족하다며 부대원에게 밥을 주지 않고 전투에 나가게 한 ‘배식에 실패한 지휘관’이었다. 이때 남아도는 세수를 잘 활용하여 적극적인 내수경기 부양책을 펼쳤다면 지금 상황은 훨씬 나을 수 있다는 아쉬움이 크다. 무슨 이유인지 기재부는 이후에도 매년 수십조원씩의 세수 추계 오류로 배식에 실패하고 있다. 지난 3년간에도 계속 장밋빛 전망만 내어놓는 등 심각한 진단의 오류는 한둘이 아니었다.
진단이 다르니 적절한 경제 처방이 따라오기 만무하다. 내수 침체의 요인분석을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기재부가 실행하는 경제정책은 필자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필자는 본지(2021년 3월 4일)의 ‘산불처럼 번지는 가계 빚 공포’ 제목으로 시론 등에서 경제 규모와 비교해 너무 커져 버린 가계부채가 유효수요를 크게 침식하여 내수 침체를 불러일으키리라는 경고를 해왔다. 그때의 경고는 현실이 되었지만 지난 3년간 정부의 각종 주택금융 지원책들은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를 상쇄시키며 여전히 대한민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흥미로운 통계치를 내어놓았다. 소득 상위 20% 가계에서 전체 가계부채의 약 78%와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약 94%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거칠게 해석하자면 긴 세월 동안 한국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어왔는데 그 돈의 상당 부분이 고소득자들의 주택투기를 위해 사용되어 왔다는 것이다. 고소득자들의 소득이 소비와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는 이런 상황에서 미래를 기대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다.
내수 부진이란 잃어버린 3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기재부의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엄청난 경제불황 하에서도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이 왜 그렇게 주택금융 지원 축소 등 가계부채 축소를 위해 매진해 왔는지 이해해야 한다. 가계부채가 원인이 된 소비 부진을 또 다른 가계부채 증가 정책으로 막으려 하는 것은 마치 ‘화장독으로 생긴 피부 트러블을 화장으로 가리려 하는 일’과 같다고 인식하여야 한다. 제대로 된 진단으로 진심으로 해법을 실행해 나간다면 고의인지 실수인지 아리송했던 배식 실패들은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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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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