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탐사 자금 조달 명분 약화
프로젝트 불확실성 ↑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탐사 시추에서 발견된 가스 징후가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국석유공사가 올해 안에 2차 시추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추가 탐사 관련 자금 조달 명분이 약화됐기 때문인데, 가장 안정적인 방안으로 꼽히던 채권 발행 여부도 확정되지 않아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11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올해 안에 2차 시추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며 "1차 시추 결과가 올해 중순에야 정확히 나오고, 예산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1차 시추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추가 시추를 위한 자금 확보가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1차 시추가 성공했다면 정부 지원이나 해외 투자 유치가 비교적 용이했겠으나 기대와 달리 성과가 부족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2차 시추 비용, 추경 반영 가능성 낮아
석유공사가 2차 시추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시추 한 번에 약 1000억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추가 시추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경제성이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1차 시추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석유공사의 자금 조달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2차 시추를 위한 자금 조달 방안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한 정부 지원 ▲해외 투자 유치 ▲채권 발행 등 세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돼 왔다.
먼저 정부가 추경을 통해 추가 예산을 지원할 가능성은 낮다. 특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차 탐사 시추 이후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더욱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여야 간 논의 중인 추경에도 반영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해외 투자 유치 역시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형 에너지 기업이나 글로벌 투자 펀드들이 실패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쉽게 자금을 투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외 투자 유치가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완전 자본잠식…채권 발행도 미정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안은 회사채 발행이다. 석유공사는 올해 초 5900억원 규모의 신규 회사채 발행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현재까지 발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작년에도 신규 차입을 위한 채권 발행을 검토했지만 실제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올해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는 석유공사가 '빚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2020년 이후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석유공사의 부채는 21조1664억원으로 총자산(19조7800억원)보다 많다. 높은 부채에 차입금 의존도는 84.95%에 달한다.
이처럼 부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신규 채권을 발행하더라도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석유공사는 최근 몇 년간 만기가 도래한 채권의 차환 발행만 진행했을 뿐 신규 차입을 위한 회사채 발행은 하지 않았다.
정권 교체 변수…정치적 고려 가능성은 선 그어
일각에서는 올해 정권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석유공사가 정치적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민주당이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만큼 향후 프로젝트가 엎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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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석유공사는 프로젝트 진행은 정치 논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석유 공사 관계자는 "정치적 요인을 고려했다면 연초에(정치적 저항이 적을 때) 이미 채권을 발행했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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