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서 尹 마주한 채 핵심 증인 3명 참석
홍 진술 쏟아내자 尹 측 언성 높아지기도
사령관 두 명은 '답변 회피'하며 소극적 태도
엇갈린 진술…공방 가열될 듯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처음 대면한 윤석열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체포조 운영 지시’ 의혹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통해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유력 정치인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하면서, 국회 탄핵소추 의결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다. 옛 상관인 윤 대통령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맞섰다.
4일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 전 차장은 ‘체포조 운영 지시’와 관련해 작심한 듯 발언을 이어갔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국군방첩사령부를 도우라’고 말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정확한 단어 사용이 ‘체포조’가 맞느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이 불러주는 체포 명단을 받아 적었다"며 "적다 보니 이게 뭐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뒤 내용은 반 정도 적다가 추가로 적지 않았고, 나름대로 기억을 회복해 적어 보니까 14명, 16명 정도 됐나(하고)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이에 맞서 윤 대통령 측은 윤 대통령이 잡아들이라고 지시한 대상이 ‘간첩들’이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은 "간첩들을 싹 다 잡아들이라고 말한 것"이라며 "증인(홍 전 차장) 혼자 그렇게 이해한 것 아니냐"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직접 발언할 기회가 주어지자 손짓을 섞어가며 적극적으로 홍 전 차장 진술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제가 격려 차원에서 전화를 기왕 한 김에 간첩 수사를 방첩사가 잘할 수 있게 도와주라는, 계엄과 관계없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제가 기억하는 부분과 좀 차이가 있다"면서 ‘윤 대통령과 통화할 때 간첩 이야기가 나온 적 있느냐’는 국회 측 질의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헌재 심판정에선 윤 대통령 대리인 측과 홍 전 차장이 목소리를 높여가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이 "제 질문이 어렵냐" "경질 전까지 민주당 의원과 전화한 사실 있냐"며 공격하자, 홍 전 차장은 "내가 피의자로 조사받는 게 아니지 않냐"고 응수했다. 홍 전 차장이 심판정에 들어오면서 윤 대통령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지만, 윤 대통령은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날 심판정에선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도 이뤄졌다. 이들은 주로 "형사재판에서 따질 사안"이라며 피해 갔다. 그러나 이 전 사령관은 대부분 "답변하기 제한된다"고 답하면서도 정치인 체포 지시는 부인하는 등 검찰 공소장에 담긴 내용과는 다른 답변을 내놨다. 이 전 사령관의 공소장에는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윤 대통령이 이 전 사령관에게 직접 전화해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라고 지시했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이날 헌재에서 윤 대통령 대리인이 ‘누군가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냐’고 묻자 이 전 사령관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계엄이 적법하다고도 주장했다. 여 전 사령관 역시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내내 대부분의 답변을 회피했지만, 계엄 당시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의 통화에서 특정 인물들의 이름이 담긴 명단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체포명단을 ‘특정’ 명단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존재 자체는 인정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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