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I동국실업·HL만도 멕시코 공장 증설 가동
트럼프발 관세에 현지 진출 車부품업체 당혹
멕시코 내 공장 증설을 마친 기아 부품 협력업체가 미국이 촉발한 '관세 전쟁'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익 확대를 위해 400억원을 들여 설비투자를 단행했는데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허공에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멕시코 정부 합의로 관세 부과 시행이 한 달 미뤄졌으나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KBI동국실업은 지난해 6월 말 멕시코 공장 증설을 완료했다. 2017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패스케리아시에 설립한 5만m² 규모의 공장을 1만4720m² 확충한 것으로, 약 1년에 걸친 공사에는 400억원을 투자했다.
회사는 북남미 지역에서 양산하는 현대차·기아 차량에 들어갈 제품을 만들기 위해 증설을 결정했다. KBI동국실업 멕시코 공장은 크래시패드, 헤드램프, 리어램프 등 플라스틱 사출 제품을 생산한다. 이 제품들은 현대모비스 현지 공장에 공급, 여러 회사 제품들과 더해져 완성차 업체에 차량용 부품으로 납품된다.
KBI동국실업은 올해 멕시코 공장 예상 매출액이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65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나아가 연간 매출액 1000억원 규모의 생산시설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증축 당시 밝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로 매출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KBI동국실업은 자동차 부품 제조 부문이 전체 매출액의 99%를 차지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KBI그룹 관계자는 "가동 중인 멕시코 공장의 성쇠는 완성차업체들이 얼마나 버텨주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멕시코 공장을 증설 가동 중인 HL만도도 미국의 관세 정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HL만도는 기아 등 현지 고객사 납품 확대와 GM,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대한 신규 수주를 늘리고자 2023년부터 2450억원을 들여 공장 증설을 추진했으며 현재 일부 가동 중이다. 다만 아직 상황을 예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HL만도 관계자는 "타격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멕시코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도 공장을 두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 역시 변수"라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완성차 업체의 생산 물량이 감소하지 않는 한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봤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단기적으로는 부과된 관세만큼 추가 부담이 생기겠지만, 장기적으로 가격 인상이나 생산지 조정 등을 통한 대비를 하고 있다"며 "수익성을 훼손할 만큼의 큰 임팩트가 있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기아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준중형 세단 K4를 연간 12만대가량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는 EV3도 계획하고 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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