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강타한 두바이초콜릿
국내 편의점서 모방상품 불티
소비심리 녹일 혁신제품 개발해야
![[시시비비]저성장 시대 소비자 지갑을 여는 법](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4031510335896110_1710466438.png)
지난해 우리나라 편의점 히트상품은 단연코 '두바이 초콜릿'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디저트 제조사인 픽스 쇼콜라티(fix chocolatier)에서 만든 이 초콜릿은 중동 지역의 면인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를 섞은 스프레드를 넣어 만들었다. 두바이의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가 찍은 이 초콜릿 먹방 영상이 퍼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이 초콜릿은 두바이 현지에서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데, 독특한 영업 방식이 한몫했다. 두바이 초콜릿은 매장이 따로 없고, 매일 두 차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 주문 시간을 놓치면 구할 수 없는 일종의 '헝거 마케팅(한정된 물량만 판매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 전략이다. 210g 초콜릿 한 개 가격은 2만원 안팎이다. 딸 생일선물을 위해 해외 직구를 통해 이 초콜릿을 구입했다는 지인은 10만원이 넘는 비용을 썼다고 했다.
국내 편의점 업계는 '희귀템'인 두바이 초콜릿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편의점 4사(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는 지난해 여름 두바이 초콜릿 먹방 영상이 전 세계를 강타할 당시 국내 중소 제조사와 손잡고 두바이 초콜릿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구하기 어려운 튀르키예산 카다이프면 대신 국내산 건면을 활용해 비슷한 맛을 구현했다.
그 결과, 두바이초콜릿은 지난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구매한 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연말까지 200억원어치나 팔렸다. 외국인 관광객 구매 1순위 상품인 바나나맛 우유를 넘어선 실적이다. 두바이 현지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초콜릿을 어디에나 있는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판매 가격도 5000원 안팎으로 원조보다 4배 넘게 저렴하다.
두바이초콜릿의 인기는 외국인 관광객에 국한하지 않는다. 국내 소비자들도 중동의 이색적인 맛에 매료되면서 편의점뿐만 아니라 이 초콜릿을 선보인 국내 백화점 팝업스토어나 디저트 카페까지 문전성시를 이뤘다.
국내 디저트 시장은 유행 주기가 짧다. 탕후루나 요아정(요거트 아이스크림)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반짝 유행'하다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바이초콜릿도 '디토(Ditto·유명인의 소비 취향을 따라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의 일환으로, 새로운 디저트에 왕좌를 내 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발 빠른 미투 제품이 초콜릿을 즐기지 않는 소비자의 호기심까지 자극해 신규 수요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도 마찬가지다. 명동의 한 음식점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매운 불닭을 먹는 손님들을 보고 착안해 만든 불닭볶음면은 매운 라면 시장을 개척하며 국내 식품업계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주목할 점은 불닭볶음면이 경쟁 라면 시장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푸른 뱀의 해인 올해는 연초부터 우울한 소식이 잇따른다. 지난해 말 내란 사태와 항공기 추락사고 등을 거치며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고령화는 구조적 저성장으로 이어져 내수부진을 고착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전환 이후 '짠물 소비'와 '무지출 챌린지' 등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부상할 정도로 살림살이는 팍팍하다. 저성장 시대 새로운 수요를 일으킬 수 있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절실하다.
지연진 유통경제부장 g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