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LCC 긴급 안전점검 회의'. 이 자리에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가동률이 화두로 올랐다. 국토부는 국내 9개 LCC에 가동률을 낮춰 정비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자구책 마련을 주문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가동률 감축 비율(9%)이 가장 높고 나머지 LCC에선 '현행 유지'를 언급한 곳들도 있다"며 "가동률이 수익과 직결되다 보니 항공기 수나 운항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들은 더 낮추기 힘들다는 의사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회의 직후 한 LCC 대표는 "가동률 감축 비율을 수치로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다"며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기자수첩]항공기 가동률 못 줄인다는 LCC](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13113114515532_1738296704.jpg)
한 달 새 LCC 항공기 두 대가 불에 탔다. 사고 원인, 피해 규모 등은 서로 다르지만, 이용객들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소위 '싼 맛'에 끌렸던 수요도 돌아서고 있다.
사고 이후 언론 등의 도마 위에 오른 건 LCC의 과도한 운항, 즉 지나치게 높은 항공기 가동률이었다. 이 비율은 총 운용 시간을 운용 가능 항공기 대수로 나눈 값이다. 항공기 한 대당 실제로 비행에 투입된 시간을 의미한다. 수치가 클수록 항공사가 효율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해석되지만 그만큼 기체 피로도를 높여 노후화를 앞당기는 결과를 낳는다.
지난달 29일 참사를 일으킨 제주항공 HL8088 항공기는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총 13차례 운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체의 일평균 가동률은 14.14시간으로 동일 기종을 보유한 다른 항공사보다 높았다. 사흘 전 화재가 난 에어부산의 HL7763 항공기는 설 연휴에 더 많이 날았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따져봐야겠지만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총 17회 운항해 시간으로는 942분, 15시간42분간 하늘에 떠 있었다.
국토부는 LCC들이 자구안을 확정하고, 2월 초 한국항공협회를 중심으로 직접 발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자구책 이행 여부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도록 압박하는 모양새다.
지금의 LCC는 사업 초창기와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 항공권 가격이 저렴하니 안전하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그것이다. '항공기 사고는 도로 위 교통사고에 비하면 발생 빈도나 사망자 수가 통계적으로 적다'라거나 '운이 나빴다'는 말로 넘어갈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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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시장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통합 바람이 불고 있다. 안전과 서비스 등 여러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장 재편이 완료된 후 LCC 이용객들이 효과를 몸소 느낄 수 있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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