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수도 캔버라에 있는 호주전쟁기념관이 한국전쟁 구역에서 태극기 바로 앞에 중국 전통 의상과 비슷한 아동복을 비치해 호주 한인사회로부터 해당 의상을 치우거나 옮기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18일 호주 공영 ABC 방송에 따르면, 태극기 바로 앞에 중국풍 옷을 전시한 호주전쟁기념관의 결정에 대해 한국 문화 정체성을 오도한다는 온라인 청원서에 900명 이상이 서명했고 캔버라 한인회가 이를 고치라고 요구하는 등 반대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한인 2세 대니엘 권 씨는 이 문제에 대해 올린 온라인 청원에서 "현재 전시물은 호주 학생들과 방문객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면서 "해당 의상을 한국 태극기와는 완전히 격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 씨는 일제 강점기에 광주학생항일운동을 주도한 강사채 독립유공자의 증손자로서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NSW)대학에서 경영학과 보험계리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다.
호주전쟁기념관 대변인은 "해당 의상이 처음에는 한국 전통 의상으로 잘못 표기되었으나 나중에 이를 고쳤다"면서 "1954-55년 동안 복무한 R.N. 만 상병이 구입해 기념관에 기증한 것인데 전쟁으로 빈곤해진 남한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판매한 물품 사례”라고 밝혔다.
해당 의상은 여전히 태극기 앞에 전시돼 있으며 설명만 "이는 퇴각하는 공산군에 의해 버려졌으며 전쟁으로 인해 가난해진 남한 주민들에 의해 판매된 것으로 보인다”로 수정됐다.
이에 대해 권묘순 캔버라 한인회장은 "방문객들이 문제의 옷을 한국 전통 의상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철거 또는 이동을 요구했다. 그는 “기념관 측이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서 아직도 그 옷이 태극기 앞에 전시돼 있다는 사실에 불만을 표했다.
시드니대학교의 황수경 한국학 박사는 해당 전시는 “역사적·문화적으로 오도된 내용”이라며 “기획자가 문화 인식이 부족함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독일 전통 의상을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의상이라고 전시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기념관은 시드니에 있는 한국문화원에 요청해 제대로 된 한복을 전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박사는 “전쟁기념관은 공공 자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 역사적이고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면서 “해당 의상은 전시에서 철거해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주호주 한국대사관의 윤지수 2등 서기관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관계로 추가 정보를 공유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기념관 대변인은 한국 대사관과 긍정적으로 협력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와 관련한 우려에 대해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전쟁 당시 호주군 1만7천 명 이상이 참전했고 이 중 340명이 전사했고 12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전쟁기념관이 작년 6월 개관한 냉전 전시관은 한국전쟁으로 민간인 200만을 포함해 약 400만 명이 희생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냉전 전시관을 개관할 당시 주호주 한국대사관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은 한국전쟁 동안 호주와 동맹국들의 지원을 결코 잊지 않는다”면서 “새로운 전시관을 통해 양국의 우정이 더욱 깊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동철 한호타임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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