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등에 업고 대외적인 입김을 과시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이란과 외교 담판을 통해 인질 석방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가 이란에 수감된 이탈리아인 석방을 돕기 위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 대가로 미국이 수배 중이던 이란인 역시 이탈리아에서 구금이 풀렸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기자 세실리아 살라가 이란에서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며 "이후 이란·이탈리아·미국이 포로 교환을 협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녀의 남자친구 다니엘레 레이네리가 중개인을 통해 머스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두 명의 이란 당국자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와 현지 고위 외교관에게 연락해 해당 기자의 석방을 요청했다. 기자는 지난 8일 풀려났으며 석방의 대가로 미국 요청에 따라 이탈리아에 구금 중이던 이란 엔지니어 모하마드 아베디니 나자파바디 역시 사흘 후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엔지니어는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가 요르단 미군 기지를 공격해 3명의 사망자를 냈을 때 드론 기술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석방 요청에 협조한 것으로 파악된 이라바니 대사는 이탈리아 기자가 이란에서 체포되기 한 달 전 머스크 CEO와 비밀리에 회동했다는 보도가 나온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이라바니 대사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언급하며 머스크 CEO에게 재무부로부터 제재 면제를 받아 그의 사업 일부를 이란으로 이전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국자는 두 사람의 만남이 머스크 CEO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뉴욕의 비밀 장소에서 1시간 넘게 지속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이탈리아와 미국 정부는 머스크 CEO의 개입 의혹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이번 포로 맞교환에 대해 "이란, 미국과의 복잡한 외교적 삼각관계에 따른 것"이라며 "머스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협상에 대해 미국 정부는 사전 통보를 받지도 거래를 승인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 역시 이번 거래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탈리아의 결정"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소식은 머스크 CEO가 트럼프 당선인의 '퍼스트 버디'로서 최근 대외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특히 멜로니 총리는 머스크 CEO와 가까운 사이로, 두 사람은 지난 4일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인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회동한 바 있다. 최근엔 머스크 CEO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이탈리아 국방부와 군용 위성통신 계약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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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대변인 출신인 이울리아 멘델의 전언을 인용해 머스크 CEO와 젤렌스키 대통령이 단둘이 통화한 적도 최소 두 차례 있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 또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이 최근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할 때 머스크 CEO도 참여했다고 전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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