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경제적 학대' 방지 차원
공공신탁 관련 근거법 제정 필요성도
금융당국은 민간신탁 활성화…자본시장법 개정 박차
정부가 중산층 이하 고령자의 재산관리를 위한 공공신탁 도입을 본격 추진한다. 기존 금융권 신탁상품 이용이 어려운 중산층 이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로, 고령화 시대 새로운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10일 아시아경제 취재에 따르면 정부는 '고령자 공공신탁 사업모델 구축방안'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향후 3년간 연간 100명씩 총 300명을 대상으로 한 공공신탁 시범사업 도입을 검토 중이다.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판단력 저하와 복잡해진 금융환경으로 인해 재산관리가 취약해지는 고령층이 증가하면서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치매 등 사회적 위험 대응을 위한 신탁제도 개선'을 포함한 바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2023년에도 고령자의 공공신탁 사업모델 도입 필요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지난해 말 마무리된 사업모델 구축방안 연구용역은 그 후속작으로, 실제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제안하는 내용을 담았다. 연구용역 보고서가 제의한 대로라면, 이번 시범사업은 치매 환자에 국한하지 않고 재산관리 지원이 필요한 고령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산층 이하 고령자들은 민간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워 국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보고서에는 이를 위해 공공신탁 관련 근거 법률도 만들어져야 한다는 제언도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해당 사업이 기존 성인 발달장애인 공공신탁 시범사업처럼 보건복지부 주도로 시행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다만 발달장애인 대상 시범사업이 120명 규모였던 것과 달리, 고령자 대상 시범사업은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언급됐다. 시범사업을 통해 본격적인 사업화에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려는 취지다.
공공신탁은 재산 증식보다는 안전한 보관과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경제적 학대 예방이 주요 목적이다. 미국의 경우 연간 130만건의 노인학대 신고가 접수되며, 이 중 경제적 학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공공신탁 도입을 위해서는 부처 간 협력이 과제다. 복지부가 주도하더라도 관계부처와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싱가포르의 경우 복지부 산하 비영리법인이 공공신탁을 운영하면서 법무부 공공신탁국과 협력하는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신탁과 별도로 민간 부문 신탁 활성화도 동시에 추진한다. 이를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발의된 개정안에 의료·법률 등 전문 업무에 특화된 기관이 신탁 업무를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 법 개정 추진이 올해 주요 과제"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김상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금융회사가 아닌 회계·세무법인 등 전문기관에 신탁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본시장법상 신탁 가능 재산을 열거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유지하되, 그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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