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행사장에 로봇과 자동차 배치
악수 청하고 음료수도 건네
도요타와 자율주행 협의…차량 전시 '눈길'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하루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기조연설을 앞두고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엔비디아 주가는 연설 다음 날인 7일 실망감에 6%나 하락했다. 그런데도 엔비디아는 CES 개막에 맞춰 행사장이 아닌 외부에 별도의 공간을 차리고 질의응답과 제품 전시 행사를 진행하며 자신들의 예상이 맞는다는 것을 입증하려 했다.
행사장에서 먼저 눈에 띈 것은 로봇이었다. 젠슨 황이 전날 기조연설에서 ‘로봇의 챗GPT 시대가 온다’고 힘줘 말한 것을 입증하려는 듯 이날 전시에는 두 대의 로봇이 손님을 맞고 있었다. 엔비디아 기술이 적용된 갤보트(Galbot)의 로봇은 태블릿으로 주문한 음료수를 정확히 찾아 손으로 잡아 들고 왔다. 다만 속도가 느렸고 가져온 콜라병을 마지막에 떨어뜨리기도 했다. 아직은 좀 더 개발이 필요해 보였다.
유니트리(Unitree)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손님들과 악수하고 있었다. 다만 이 역시 악수를 청한 후 손을 잡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홍보 영상에서 보았던 적극적인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 큰 문제는 로봇들이 수시로 휴식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유니트리 로봇은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충전하고 있었다. 갈보트 관계자는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젠슨 황의 선언과 달리 아직 로봇 개발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엔비디아와 협력하기로 한 도요타와 볼보 차량도 전시됐다. 도요타 차량에는 도요타가 투자한 자율주행 배송업체 누로와 엔비디아 로고가 선명했다. 젠슨 황은 전날 키노트에서 도요타와 자율 주행 협업을 시작했음을 발표했다. 볼보의 EX90 차량 앞에는 ‘엔비디아의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가장 안전한 볼보 차량’이라는 안내문이 서 있었다.
전시장에는 RTX 50 시리즈 GPU를 사용한 그래픽카드와 노트북 컴퓨터가 전시됐다. 대부분 에이수스(ASUS) 등 대만 기업들이 제작한 것이었다. 노트북에서도 삼성전자나 LG전자 제품은 없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외에는 엔비디아와 협력하는 국내 기업이 거의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황금색으로 잘 알려진 DGX의 최신형인 ‘DGX GB200’도 전시됐다. 엔비디아는 이 시스템이 850개의 블랙웰칩을 하나처럼 작동시킨다고 설명했다. 새로 선보인 초소형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디지츠’의 크기는 너무 작아 컴퓨터, 그것도 슈퍼컴퓨터로 생각하기 어려웠다. 엔비디아는 프로젝트 디지츠가 고가의 GPU를 구매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프로젝트 디지츠는 오는 5월부터 3000달러에 판매된다.
라스베이거스(미국)=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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