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트럭 폭발 현장, 의외로 차분해
폭발 현장 천장에만 흔적 남아
CES준비도 착착 진행 중
4일(현지시간) 오후 기자가 방문한 라스베이거스 트럼프 호텔은 다른 호텔과 달리 엄격한 차량 통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다른 특급 호텔들이 별다른 제재 없이 차량 통행이 가능하지만, 트럼프 호텔은 차량 통행로를 가림막으로 막아두고 투숙객들만 들여보내고 있었다. 다만 차량 통제를 제외하면 이 호텔에서 사흘 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지난 1일(현지시간) 오전 라스베이거스의 트럼프 호텔 입구 앞에서는 주차돼 있던 사이버트럭이 폭발해 인근에 있던 7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이버트럭 운전석에 타고 있던 범인은 차량 폭발 전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범인은 트럼프 호텔에서 트럼프의 오른팔인 머스크가 만든 차를 폭발시켜 혼란을 야기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하려했겠지만 사건 발생 사흘 만에 현장은 평온을 되찾았다. 관광객과 투숙객들은 분주히 오가고 있었고, 통제됐던 호텔 앞 도로도 정상적으로 통행 중이었다. 차량 통제 탓에 우버나 택시 등은 호텔로 진입하지 못해 호텔 외부에서 승객을 내리고 있었지만,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은 없었다.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5 개막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취임을 앞두고 발생한 테러 사고인 데다, 같은 날 뉴올리언스에서 차량 테러 사건이 발생하며 우려를 자아냈던 현장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호텔 인근 주차장에는 경찰 순찰차가 배치돼있었고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팻말을 들고 서 있었지만 큰 소란은 없었다.
사이버트럭이 폭발한 호텔 입구에서도 겉으로 보기에 특별한 흔적을 볼 수 없었다. 직원들에게 이곳이 폭발 현장이 맞냐고 물으니 "맞다. 차량을 치운 후 신속하게 청소해 큰 흔적이 남지는 않았다. 크게 다친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폭발의 흔적을 모두 지울 수는 없었다. 얼굴을 들어 호텔 입구 천장을 보고서야 이곳이 사고 현장임을 알 수 있었다. 천장 곳곳에 폭발로 인한 그을음이 있었고 일부분에는 천정에 구멍이 나 있었다. 천장은 즉시 수리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사고 현장에 큰 흔적이 남지 않은 것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견고한 사이버트럭의 구조가 큰 폭발을 막은 것 같다고 전했다. 사이버트럭은 범인에 의해 폭발물이 터진 이후에도 형체가 그대로 남아있었고 배터리도 발화하지 않았다. 배터리가 함께 폭발했다면 대형 사고로 번질 수도 있던 일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도 X(옛 트위터)에 "사이버트럭의 스테인리스 차제가 폭발력을 효과적으로 억제함과 동시에 폭발력을 위로 분산시켜 호텔 로비의 유리문조차 깨지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오히려 사이버트럭의 견고성만 알려준 셈이 됐다.
현지 경찰 당국은 이번 사건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다른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참전용사가 저지른 비극적 자살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CES 2025 준비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미국)=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