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바로미터 '자영업'
폐업 이유, 48.9%가 '사업 부진'
내수 침체로 인한 소비자 지갑 닫힌 탓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 수가 100만명에 육박해 통계 집계 이래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 이유로는 '사업 부진'이 가장 많아, 내수 침체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힌 탓으로 분석된다. '월 100만원'도 못 버는 사업주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12·3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심리는 더욱 악화돼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타격은 더욱 커졌다. 내년 금리는 추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돼 고금리 부담은 다소 완화될 수 있어도 부채 부담을 해소할 만큼의 매출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내수 활성화와 영세 소상공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최근 폐업사업자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사업자 수는 98만6000명으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최근 5년간 폐업 사업자 수 추이를 보면 2019년 92만2000명에서 2020년 89만5000만명, 2021년 88만5000만명, 2022년 86만7000만명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12만명가량이 급증하면서 폐업 사업자 수가 크게 늘었다. 폐업률로 살펴봤을 때, 2016년(11.7%)부터 2022년(8.2%)까지 꾸준히 감소하다가 지난해 9.0%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상승했다. 7년 만의 상승 반전이다.
업종별로는 소매업(27만7000명), 기타 서비스업(21만8000명), 음식업(15만8000명) 등의 순으로 폐업자 수가 많았다. 특히, 폐업률은 음식업(16.2%), 소매업(15.9%) 등 소상공인이 많은 업종이 높게 나타났다.
음식업 등에서 폐업률이 높은 것은 진입장벽이 낮아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고, 최저임금 미만 비율(전체 노동자 중 최저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 비율)이 37.3%에 달할 정도로 비용을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경총은 해석했다.
또한 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간이사업자의 폐업률(13.0%)이 일반사업자(8.7%)나 법인사업자(5.5%)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과 비교해 2023년 폐업한 간이사업자 수는 36.4% 늘어 일반사업자(1.9%)나 법인사업자(12.0%)의 증가율보다 컸다. 사업자 유형별로 최근 3년 연속 폐업자 수가 증가한 유형은 간이사업자가 유일하다.
폐업 이유로는 '사업 부진'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 중 '사업 부진'을 이유로 택한 비율이 48.9%로 가장 많았는데, 이는 2010년(50.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누적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인건비 부담, 지속되는 내수 부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의 75%가량은 한 달에 1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개인사업자 종합소득세 신고분 1146만4368건 중 860만918건(75.1%)이 월 소득 100만원(연 1200만원) 미만이었다. 이 중 소득이 전혀 없다는 '소득 0원' 신고분도 94만4250건(8.2%)으로, 100만건에 육박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비상계엄 사태'는 기름을 부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상공인 경기 전망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응답 시점까지 사업체의 매출 변동에 대해 응답자의 88.4%가 "매출이 감소했다"고 했다.
한국은행이 내년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추겠다고 예고함에 따라 금리부담은 다소 완화될 수 있겠지만, 금리 인하 자체가 경기 침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어서 급증하는 줄폐업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총 이승용 경제분석팀장은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수 활성화와 영세 소상공인 지원대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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