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20여일 지나도록 변호인단 구성 안돼
공조본 수사, 헌재 탄핵심판 등에 소극 대응
전문가들 "지연 전략,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과 내란 혐의 수사에 소극적으로 응하면서 관련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25일 예정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 조사는 물론, 27일 헌법재판소 첫 변론준비기일에도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시간을 벌면서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24일 대통령실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수사보다 헌재 탄핵심판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기조 아래 대리인단을 구성 중이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수사보다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주된 공론화의 무대는 결국 공개된 탄핵 법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은 '계엄 선포가 대통령 권한'이란 걸 다투는 데 검경 수사보다 헌재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는 "탄핵심판은 형사재판 절차를 준용하긴 하지만 형사 처벌이 목표가 아니라 대통령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한다"며 "윤 대통령 측도 이를 헌재에서 다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서류도 수령하지 않는 등 헌재 절차에도 소극적으로 응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후 20일 이상 지났지만 아직 대리인단 구성도 마치지 않았다. 헌재가 서류를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오는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으나 여기에도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석 변호사도 "열흘 만에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입장을 내놓으라는 건 (빠르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 측이 내년 4월18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지연 전략을 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교수는 "헌법재판관 임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리인단 구성이 계속 늦어지면 절차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윤 대통령의 지연 전략이 오히려 탄핵심판에서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호인단이 처음부터 다 갖춰져야 하는 건 아니고 한두명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며 "계속 변호인단을 구성하지 않으면 헌재는 기존대로 절차를 시작할 수 있고, 이는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사에 응하지 않는 것 역시 헌재에서 '헌법과 법률을 수호할 의지가 없다'는 근거로 사용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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