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권 날씨에 이달 아웃도어 매출 30%↑
12월부터는 시즌오프로 이익 낮아져
"재고 쌓을 수 없어, 살을 깎아서라도 판매"
이달 들어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지면서 패딩 등을 포함한 아웃도어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겨울 이상고온과 소비 침체로 동절기 의류 판매가 부진했던 유통업계는 반기는 분위기지만, 패션 기업들은 쓴웃음을 삼켰다.
19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아웃도어 브랜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성장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각각 30% 웃도는 신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겨울 외투를 준비할 시기인 10월과 11월 아웃도어 브랜드 수요는 크지 않았다. 백화점 3사의 아웃도어 매출은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상청의 올해 가을 기후분석 결과를 보면 올해 가을철 평균 기온은 16.8도로 평년(14.1도)보다 약 3도 높았다. 12월부터는 기온이 급격하게 영하권으로 떨어지자 뒤늦게 아우터 등 겨울옷 구매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바짝 추워진 날씨 덕분에 유통업계는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겨울철 의류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두꺼운 아우터의 매출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다"며 "남은 기간 아웃도어 매출이 성장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겨울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패션 업계도 향후 아웃도어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겨울 시즌은 단가가 높은 제품이 대부분인 만큼 매출과 이익이 모두 늘어나는 성수기다. 특히 동절기 제품 주력 판매 시기인 9월부터 11월까지는 각 브랜드가 출시한 신제품이 많이 팔린다. 하지만 연말부터 시즌오프가 시작된다. 시즌오프는 계절에 맞춰 내놓은 신제품을 철수하기 전 할인 판매하는 것이다. 마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패션업계는 올겨울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당초 '상저하고'의 흐름으로 업황이 연말로 갈수록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소비 침체 장기화와 늦게 찾아온 추위가 복병이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익이 줄어도 매출을 놓칠 수는 없다"며 "물량을 소화해 (현금) 순환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할인해서라도 판매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패션 시장은 불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소비심리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데다 환율이 크게 뛰면서 원자재값 인상에 따른 제품 가격 상승으로 소비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일부 회사들은 재고를 줄이기 위해 내년 물량을 조정하거나 브랜드 할인을 계획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패딩 속 재료인 구스의 경우 1년 전에 물량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일부 브랜드의 경우 판매량이 저조할 경우를 대비해 물량 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재고 소진을 위해 내년 4~6월 주요 유통채널에서 공격적으로 역시즌 행사를 진행하려는 브랜드들도 있다"며 "헤비 아우터에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짧은 패딩, 얇은 패딩을 출시하며 간절기에 입을 수 있는 옷을 출시하는 것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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