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사교육비 지출액 신장률 11.1%
최근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취학 아동 자녀를 독서 논술학원에 보내려는 학부모 발길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아 단계에서의 독서 논술 교육이 문해력 개선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준다면서도 과도한 조기 교육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 서초구 반포동 등 학원가에서는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독서 논술반이 신설되는 추세다. 기존엔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과목 수업 중심이었으나 미취학 아동반에 대한 학부모 문의가 늘면서 '6~7세 아동반'이 따로 생긴 것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논술학원에 신설된 아동 독서 반의 경우 개강한 지 6개월 만에 정원 10명에 월수·화목반으로 구성된 총 4개 반이 모두 마감, 현재는 대기 인원을 받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10년 넘게 논술학원을 운영하는 원장 김모씨(49)는 "기존엔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 돼야 논술 학원에 학원비를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많았는데, 최근엔 일찍부터 독서 논술학원에 보내야 한다고 판단해 어린 자녀와 함께 상담을 오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현재 운영하는 6~7세 아동반의 경우 진작 마감됐고 대기 인원을 받고 있는데 학부모들 사이에서 추가 반을 신설해달라는 문의가 많아 소속 강사들과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에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논술 반을 운영하던 학원의 경우 등록에만 2년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로 대기 인원이 늘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논술학원 유아 논술 반의 경우 현재 2026년 1월 입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 7세 자녀를 양육하는 권모씨(40)는 "독서는 어릴 때부터 습관으로 만들어줘야 한다는 주변 학부모들 말에 우리 아이도 독서 논술학원에 보내려고 알아봤다"며 "등록이 이렇게 치열한 줄 몰랐는데 강남 유명한 학원은 우스갯소리로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대기를 걸어놔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발간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지출한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원으로 전년(26조원)과 비교해 4.5%,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41만원) 5.8% 증가했다. 전 과목 가운데 세부적으로는 국어(11.1%)의 증가세가 가장 뚜렷했고 다음으로 사회·과학(8.2%), 수학(5.6%), 영어(3.8%) 순으로 높았다. 학교급별 국어 사교육비 지출액 신장률은 초등학교(13.9%)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유아를 대상으로 한 독서 논술교육이 문해력 개선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준다면서도 과도한 조기 교육은 부담감만 가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혁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구어 발달이 이뤄진 뒤 문어 발달이 이뤄지는데,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말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구어 발달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또 유아 단계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어휘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취학 후의 읽기나 쓰기 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다만 발달 과정상 본인의 생각을 글로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논술은 최소한 중학생 정도가 돼야 가능하다. 무리하게 유아 단계에서부터 논술 교육을 진행하기보다는 책을 읽고 본인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정도의 학습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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