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방위" 주장했으나 인정 안 돼
춘천지법,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 선고
한겨울 가정폭력을 피해 맨발로 집을 나온 여성이 집에서 짐을 챙겨 나올 수 있도록 동행한 경찰관을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41)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5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사회봉사 12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2022년 12월 밤 강원 춘천시 자신의 집에서 아내 B씨를 때렸다. 그는 밖으로 도망쳐 가정폭력 피해 신고를 한 뒤 다시 집에 들어와 짐을 챙기는 B씨에게 다가가려다가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제지당하자 화가 나 경찰관의 가슴을 밀치고 흔드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는 "남편에게 맞았다"며 "남편이 주먹으로 밀고 때렸다"고 112에 신고했다. 신고 당시 B씨는 잠옷 차림에 맨발로 밖으로 도망쳐 나와 주거지 인근 편의점 업주가 내어준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경찰은 B씨에게 여성긴급보호센터 정보를 알려줬으나, B씨는 친척집에 가겠다며 짐을 챙기기 위해 집까지 함께 가 달라고 경찰에게 요청했다. 경찰은 B씨와 함께 그의 주거지로 가 A씨에게 소속, 계급, 성명을 알리면서 B씨가 짐을 챙겨서 나갈 것이라고 고지했다. 하지만 A씨는 경찰관을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밀어냈다. 또 방안에서 짐을 챙기는 B씨에게 다가가려다 경찰관이 자신을 막아서자 경찰관의 옆구리와 가슴을 밀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공무원들의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이었다"면서 "가정폭력이 의심될 뿐 아니라 추가적인 폭력의 우려가 상당한 상황에서 경찰은 흥분한 피고인과 아내를 분리 조치할 필요가 있었다"며 A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했다.
A씨는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경찰관을 밀어 유형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며 "일부 유형력 행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현행범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체포에 대항하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관이 '남편에게 맞아 맨발로 밖으로 도망쳤다'는 B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사실, B씨가 집에 있는 짐과 휴대전화를 챙겨야 해 집까지 대동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한 사실 등을 근거로 유죄로 판단했다.
또 경찰관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면서 B씨가 짐을 챙겨서 나갈 것임을 고지한 뒤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도 A씨가 흥분해 경찰관을 밀어내고 물건을 던지거나 고함친 사실, 이에 경찰관들이 미란다원칙을 고지하며 A씨를 체포한 사정 등을 종합하면 경찰관의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이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양형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사정변경이 없다"며 형을 유지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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