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까지 지식산업센터 5곳 줄줄이 입주
임차 차 수요 확보 위해 저렴하게 임대료 책정
"계약금 포기하고 매도 희망, 분양권 해지도 어려워"
경매로 넘어가는 지식산업센터 매물도 매년 급증
경기 지산 매각률 27%, 매각가율도 67%에 그쳐
"향동 지식산업센터 임대료는 싸다고 이미 소문이 났어요. 월세가 평당 1만~1만5000원 수준이에요. 매매가는 분양가 대비 20% 떨어졌어요. 30% 이상 내린 경우도 있어요. 월세보다 이자가 비싸니까 손해 보더라도 팔겠다는 소유주들이 많아요."(향동 A공인 대표)
지난달 찾은 경기도 고양시 향동지구 지식산업센터 ‘현대테라타워 향동’의 상가 대다수와 지식산업센터 절반 이상은 텅 비어있었다. 입주 축하 인사가 쓰인 현수막 아래 저층부 상가는 대로변과 접했지만 편의점, 부동산 두 곳 외에는 모두 공실이었다. ‘임대문의’라고 적힌 색색깔의 현수막이 상가 호실마다 붙어있고 ‘약국 자리’, ‘통신사 자리’ 등 유치를 원하는 상가 업종을 정해둔 현수막도 보였다. 인근 ‘마스터원DMC’도 1층 상가는 모두 비어있었다.
두 블럭 떨어진 곳에 위치한 ‘현대테라타워DMC’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 2월 사용승인을 받았으나 내부에는 ‘키(열쇠) 가진 주인 허가없이 들어가지 마시오’ 라는 경고문과 임대 문의 현수막이 붙어 있는 곳들이 많았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서 매매는 거의 없다. 여기가 1000실이 넘는데 임차인은 절반 정도 찬 것 같다"며 "임대료가 높으면 임차인을 못 구하니까 최대한 낮춰서 들어오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실 무덤’ 지산, 임대료도 뚝
고양 향동지구에 입주한 지식산업센터는 현재 6곳이며 대다수가 올 상반기 입주를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입주를 시작한 GL메트로시티 향동(5BL)을 필두로 DMC 플렉스데시앙(9BL) 2월, 현대테라타워 DMC(8BL) 2월, DMC 마스터원(7BL) 3월, 현대테라타워 향동(6BL) 3월 등 비슷한 시기에 입주가 시작됐다. 향동지구에만 4000개 이상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쏟아지면서 임대료는 평(3.3㎡)당 1만원대까지 떨어졌다. 10평 기준 현대테라타워 DMC와 마스터원의 경우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는 30만원, DMC 플렉스데시앙의 경우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5만원 수준이다.
네이버 부동산을 통해 임대 매물 수를 살펴 보면 지식산업센터당 적게는 700여개, 많게는 1100여개가 쌓여있다. 상업지구에 위치한 오피스 공실도 1000개 이상이다. 향동 지식산업센터 입주율은 DMC마스터원 30%, 현대테라타워향동 40%, DMC플렉스데시앙 40%, GL메트로시티향동 70%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식산업센터는 과거에 아파트형 공장이라고 불리던 곳이다. 제조업·지식산업·정보통신산업 사업장과 지원시설(근린생활·판매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집합건축물이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아파트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았다. 대출을 분양가의 80%까지 받을 수 있어 투자자들이 몰렸다. 그러나 분양 열기에 공급이 급증했고, 2022년 하반기 이후 금리가 급등하면서 투자 심리가 꺼졌다.
지식산업센터의 2018~2023년 연평균 인허가 건수는 108건 수준으로 2010~2017년 연평균 허가건수(56건)의 두 배 수준이다.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지식산업센터는 총 1540곳이다. 이중 경기도에 716개(46%)가 몰려 있다. 서울(390개), 인천(80개)을 포함하면 수도권에 1186개(77%)가 집중돼 있다.
분양권 해지·계약금 포기하고 매도
분양 열기에 향동 지식산업센터에 투자했던 수분양자들 중에는 아직도 잔금을 치르지 못한 이들이 수두룩했다. 계약금을 포기하고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까지 감내해 처분에 나섰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A 공인 관계자는 "최근 입주한 곳 중 200실 이상 잔금을 못 낸 지식산업센터만 2곳이 넘는다"며 "계약 해지를 받아주면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자 등 비용을 내면 되는데 시행사가 자금력이 안 되면 해지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식산업센터의 수익성이 낮아지자 은행들도 대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매매가격이 분양가보다 낮아진 상황에서 대출 한도가 매매가에 맞춰 나오다 보니 수분양자들의 자금 부담이 더 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한도는 사업지마다 다르고 분양가의 80%까지 대출이 나왔던 것은 정말 오래전 이야기"라며 "지식산업센터 대출은 사업자 대출로 분류되고, 개인 신용도보다는 해당 지식산업센터의 분양률 등이 반영된다"고 말했다.
A공인 대표는 "코로나 시기에 3%대였던 대출 금리가 현재 5%를 넘어섰다. 임차인에게 월세 받아도 여기에 돈을 더 보태 이자를 내야 하니 부담이 크다"며 "자금력 안 되는 사람들은 연체로 인해 법원 경매에 물건을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찬밥 된 지식산업센터, 경매행 속출
경매에 넘어가는 지식산업센터 매물도 2022년 하반기 이후 급증했다. 지식산업센터 경매 진행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경매 물건이 쏟아지면서 낙찰률은 줄고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매각가율)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10월 진행된 지식산업센터 경매 건수는 1156건으로 이중 성사된 경매 매물은 309건(26.79%)에 그쳤다. 매각률은 2022년 44.68%에서 지난해 30.06%로 급감했다.
지식산업센터 매각가율은 2022년 86.92%, 지난해 71.52%에서, 올해 1~10월 기준 65.64%로 감소했다. 특히 지식산업센터가 몰려있는 경기도에서 나온 지식산업센터 매물이 60%(704건)를 차지한다. 경기도 지식산업센터 매각률은 26.98%(177건)에 불과하며 매각가율도 66.92%에 그쳤다. 매각에 참여하는 응찰자 수도 전국 2021년 5.43명에서 올해(1~10월)는 2.82명으로 줄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신도시와 택지개발지구는 기업의 오피스 사용 수요가 크지 않고, 조성비가 비싸지만 주거지역과 혼재돼 공장으로서 활용도도 제한적"이라며 "기업 유치를 위해 신도시 또는 택지개발지구에 자족 용지를 대규모로 포함하고 지식산업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 향후에도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통 문제 개선이 최우선
향동 일대 지식산업센터 공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통 여건을 개선하고 입주업종 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동지구에는 지하철이 없어 서울로 출퇴근하려면 9호선 가양역에서 버스를 타거나 DMC역에서 730번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국토부는 지난 3일 고양은평선(새절역~고양시청역 총 연장 15㎞) 광역철도 기본계획을 승인했다. 향동지구에도 1개역(향동지구역)이 들어서며 2031년 개통 예정이다. 향동지구 주민들은 고양선 향동지구역 착공을 서둘러달라며 국민신문고 등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고양시는 지난 5월 지식산업센터에 서비스업(법무, 회계, 세무 등)과 스마트팜 수직농장, 방송업, OEM 제조업 등 17개 업종을 추가하는 내용의 고시를 발표했다. A공인 대표는 "운동시설 등을 지하에 넣도록 허용해준다면 근무자들이나 거주자들이 찾아오는 수요가 늘어나서 지식산업센터 상가 임차인을 채우는 것도 조금 더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향동지구에 지식산업센터가 총 11개 블록이고 이 중 5~6개 블록만 입주를 했는데, 가산의 5배 정도로 지역 규모 대비 과도하게 많다. 배후단지 숫자가 1만 가구가량인데 비해 상업시설이나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과도한 편"이라며 "창릉 신도시 등 배후 신도시가 입주한다면 수요자들이 조금 더 생겨날 수 있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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