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한 외교안보 상황 속 잦은 국방부장관 인사
장관직 겸임·직무대리 체계 등 불안정 인사체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 파문 속에 취임 석 달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현 정부 들어 3번째 국방부 장관의 퇴임이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남에 따라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후임 장관 취임까지 직무대리 임무를 수행하는데, 창군 이래 국방부 장관 직무대리 체제는 처음이다.
5일 군 내부에서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당시 국방부 장관은 2명, 문재인 정부 국방부 장관은 3명이었다. 현 정부에서 국방수장의 잦은 교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초대 장관은 이종섭 전 장관이다. 이 전 장관은 야당이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책임을 묻자 2023년 9월에 사의를 표했다. 신원식 전 장관도 지난 8월 윤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해 온 김용현 경호처장이 지명되면서 취임 1년도 되지 않아 물러났다. 신 전 장관은 당시 국가안보실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후임 국방부 장관 취임까지 장관직을 겸직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3성 장군이 장관에 임명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진급이 사실상 보장되는 자리로 여겨지는 합동참모본부의 요직인 작전본부장을 거쳤지만 중장에서 대장으로 진급하지 못했다. 전역 후 민간 기업 및 법무법인의 사외이사와 고문으로 재직하던 그는 2022년 대통령 선거 때 윤석열 캠프에 국방안보지원본부장으로 참여했고, 윤 대통령의 당선으로 경호처장에 임명됐다. 경호처장 시절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주도했고, 대통령 과잉 경호로 ‘입틀막’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계엄령 사태의 중심에 있는 일명 ‘충암고 라인’이다. 그는 윤 대통령 모교인 충암고 1년 선배다. 김 전 장관은 계엄 선포를 건의해 주도했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 시절엔 여인형 국군 방첩 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경호처장 공관으로 불러 회동하기도 했다. 여 사령관도 충암고 출신이다. 계엄사령부 편성 시 계엄사의 수사 업무를 전담할 핵심 직책인 합동수사본부장은 통상 방첩 사령관이 맡는다.
김 전 장관은 는 지난 9월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할 의향이 있냐’라는 야당 의원 질문에 “없다”고 답하고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도 (계엄령을) 솔직히 안 따를 것 같다. 계엄 문제는 지금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그래서 너무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10월 군사법원 국감에서는 “여소야대 국회에선 현실적으로 계엄 선포를 할 실익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두 달 뒤 계엄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면서 스스로 말을 뒤집었다.
일각에서는 계엄령 사태로 인해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과 국회로 병력을 보낸 부대의 지휘관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 총장은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병력을 국회로 출동시킨 바 있다.
지금 뜨는 뉴스
야당 관계자는 “계엄령 사태와 관련된 인물을 들여다볼 예정이지만 지난달 장군 인사에 포함된 인물들이 개입됐다는 증거는 없다”며 “충암고 출신은 물론 직접적인 지휘권이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