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디, 애플 태블릿 30% 이상 조립해
엔지니어 1만명 등 직원 10만명 배정
애플의 태블릿 제품 조립을 부업으로 삼았던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세계 최고의 아이패드 조립업체 중 하나로 성장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비야디가 애플 태블릿의 30% 이상을 조립할 정도로 성장했다"며 "1만여명의 엔지니어를 비롯해 애플의 공급망을 일컫는 '과일 사슬(fruit chain)'에 투입된 비야디 직원만 10만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계열사 비야디 일렉트로닉스를 통해 스마트 기기의 위탁 생산(OEM) 사업을 영위해온 비야디는 2009년 애플과 부품 공급망 분야에서 손을 잡았다. 이후 비야디는 애플의 금속 케이스를 가공했던 인연을 시작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들어가는 유리, 세라믹 부품을 납품하는 수준까지 관계를 발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애플 공급업체인 자빌의 중국 사업을 지난해 약 20억달러(약 3조원)에 인수한 비야디는 최근 아이폰 프로 모델에 들어가는 프레임용 티타늄 부품 등 애플의 사업상 민감한 작업까지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제품의 위탁생산은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애플뿐만 아니라 비야디에게 있어서도 안성맞춤의 사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밀 기기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는 비야디의 역량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유형의 사업이라는 진단이다. WSJ는 "전기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과 비슷하다"며 "둘 다 배터리, 칩, 소프트웨어에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상하이에서 왕촨푸 비야디 회장을 만나 비야디를 "가능성의 경계를 넓히는 기업"이라고 치켜세웠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에도 베이징을 방문해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하는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우호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WSJ는 "자체 전기차 출시를 포기한 애플이 비야디와 협력하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가장 많이 만드는 대만 조립업체인 폭스콘으로부터 공급업체를 다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도 "이처럼 중국 업체에 대한 애플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탈중국'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애플과 비야디의 밀월에 장밋빛 전망만 잇따르진 않는다. 대(對)중국 폭탄 관세를 예고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25일 중국에 기존 관세에 더해 10%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이 비야디와의 밀착을 이어갈 경우 차기 행정부의 눈 밖에 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그러나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이반 램 애널리스트는 "비야디의 책임 중 하나는 애플이 중국 중심의 제조업을 다각화하는 것을 돕는 것"이라며 "비야디는 이미 인도에서 샤오미의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애플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인도에서 애플 제품 생산량을 늘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비야디는 애플 외에도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샤오미와 화웨이의 휴대폰 조립 및 전기차용 기술을 공급도 맡고 있으며, 삼성전자와도 일부 폴더블 폰에 힌지(경첩) 부품을 공급하는 등 협력을 맺고 있다. WSJ는 비야디가 겨냥하고 있는 다음 '빅 딜'은 엔비디아와의 산업용 인공지능(AI) 로봇 상용화 협력이라고 전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 6월 BYD 일렉트로닉스를 포함한 여러 제조업체와 휴머노이드 등 산업용 로봇 플랫폼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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