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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요다 회장의 총수 마케팅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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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요다 회장의 총수 마케팅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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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24일 국내 취재진과 만나 가장 먼저 건넨 말이다. 올해 68세인 그는 서슴없이 머리 위로 두 팔을 올려 하트 모양을 그리고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평소 대중과 적극 소통하는 총수로 유명하다. 이날 레이싱 유니폼 차림으로 나타난 도요다 회장은 일본 도요타시에서 열린 월드랠리챔피언십(WRC) 현장에서도 대중과 섞여 즐겁게 관람하는 모습이었다. 수행원도 1~2명으로 최소화하고 함께 사진을 찍자는 일반인들의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존경받는 기업인의 요건은 여러 가지가 있다. 사업 분야에 대한 전문성, 기업 수장으로서 모든 성패에 책임지는 자세, 국가와 지역 사회에 대한 헌신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역할을 대중에 효과적으로 드러낼 때 총수 마케팅은 성공한다.


이미지를 드러내는 방식도 정교해야 한다.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일방적인 서민 코스프레는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출하는 사진 한 장, 문구 한 줄부터 장소 ·시간에 맞는 옷차림, 작은 소품까지도 신경을 써야 한다.


도요다 회장의 평소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물건이 있다. 그와 잠시라도 이야기를 나눈 사람은 수행원들이 작은 스티커를 나눠주는데, 도요다 회장과 반려견의 얼굴을 캐리커처로 그린 스티커다. 만남의 장소와 행사 성격에 따라 4가지 버전이 준비돼 있다고 한다. 회장의 명함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받는 사람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 딱딱한 비즈니스 명함을 나눠주기보다 본인 성격을 잘 드러내는 스티커를 활용한 것.


[기자수첩] 도요다 회장의 총수 마케팅 비결은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명함 대신 나누어주는 스티커. 도요타 공동 취재단 제공

또한 도요다 회장은 모터스포츠를 강점으로 삼아 전문성을 강조했다. 본인의 모터스포츠 출전 영상과 스토리를 소셜미디어에 적극 노출해 자동차 드라이빙과 엔지니어링에 전문성 있는 총수라는 이미지를 입혔다. 도요타 회장은 ‘모리조(morizo)’라는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모터스포츠 현역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시모야마 도요타 테크니컬 센터 로비에는 ‘모리조’가 타다가 전복된 랠리카가 그대로 전시돼 있었다. 거미줄 모양으로 금이 간 앞 유리가 당시 상황의 긴박함을 보여주고 있었고 운전석 아래에는 안전운전을 기원하는 일본식 부적이 붙어있었다.


전복 사고는 불과 1년 전 시모야마 테크니컬 센터에서 시험 주행 중 일어났다. 도요타는 글로벌 공식 유튜브 계정에 도요다 회장의 전복 후 탈출 과정까지 영상을 그대로 올렸다. 그룹 총수의 사고나 실수를 덮기보다 모든 과정을 대중에게 가감없이 공개해 ‘자동차를 사랑하는’ 그의 진정성을 전달하고자 한 의도다.



반면 우리나라는 압축 경제 성장 과정에서 ‘재벌’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만든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기업 총수 마케팅은 아직 주먹구구식이다. 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 강조를 위한 일상 공개도 좋지만 무엇보다 전문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개인이 관리하는 소셜미디어를 공개할 경우 정치적인 발언이나 개인사가 회자되면서 오히려 회사에 리스크가 되기도 한다. 우리 기업도 PI(president identity) 마케팅에 대해 계산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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