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자동차 수입이 늘어난 건 외국 브랜드가 중국 공장 생산물량을 한국으로 수출하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영향이 크다. 테슬라는 과거 미국 공장에서 만든 모델Y를 한국에 들여오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공장으로 돌렸다. BMW나 미니, 볼보, 폴스타 등 유럽 완성차 브랜드도 중국 공장에서 만든 일부 차종을 한국으로 수출한다. 여기에 버스·트럭 등 상용차도 중국산 수요가 꾸준한 편이다.
중국산 고가차 속속 상륙
중국산 자동차 수입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건 대당 단가가 비싸진 점이다. 수입물량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기차의 경우 2022년 대당 1만5027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2만8923달러, 올해 들어서는 3만1453달러로 높아졌다. 대당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점을 감안해 전체 자동차에 대해 단위 중량당 수입단가를 따져봐도 2020년 t당 5608달러에서 올해 들어 1만2840달러로 4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중국산이라고 단순히 싼 제품이 국내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고부가 제품 위주로 수입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산 차 공세는 내년엔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원산지만 중국인 외국 브랜드가 아닌 중국 현지 브랜드 승용차도 한국에 출시되기 때문이다.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세계 1위가 된 BYD(비야디)가 국내 진출을 공식화했다. 한국에 따로 지사를 두고 딜러망까지 갖춘다.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회사 지리자동차 산하 고가 브랜드 지커, 외국 완성차 회사와 합작사를 차리고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링파오도 한국 진출을 전제로 시장 상황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중국산 제품이 중저가, 가성비 위주로 소비자에 접근했다면 앞으로 나올 승용차는 조금 다른 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국 취재진을 중국 선전 본사로 초청한 BYD의 류쉐량 아태 자동차사업부 총경리는 "우리 장점은 완전한 전체 기술 체계를 보유했다는 점"이라며 "한국에서는 높은 가격대, 저렴한 포지셔닝 식으로 간단히 표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출시할 차종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으나 주력 모델 가운데 하나인 중형세단 씰은 국내 판매가격이 4000만원대 안팎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이현태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오래전부터 전기차나 태양광,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하나둘 효과가 나오고 있는데 내수가 부진한 만큼 수출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미국과 달리 자유무역 필요성을 강조하는 점이나 우리나라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첨단 IT기술 접목…달라진 中 위상
중국은 전기차 성능을 좌우하는 배터리 기술이나 생태계를 잘 갖췄다. 전동화 전환에 유리하다고 평가받는 배경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5년간 발표한 전 세계 등대공장 가운데 자동차 업종이 17곳인데, 이중 중국에 있는 공장만 10곳에 달했다.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자동화 공정이 널리 적용된 데다, 인공지능(AI)·머신러닝 등을 활용해 부품 모듈화를 구현했다는 평을 듣는다.
최근 들어선 소프트웨어(SW) 경쟁력에서도 앞서간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바이두의 로보택시 호출 건수는 미국 경쟁사 웨이모를 훌쩍 넘어섰다. 컨설팅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자동차 기업 디지털화 순위에서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와 샤오펑은 테슬라에 이어 2, 3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지리(6위), BYD(7위) 등 상위 10곳 가운데 4곳이 중국 기업이었다. 상대적으로 업력이 짧은 만큼 최신 기술을 빠르게 흡수해 회사 경영 전반에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커넥티비티·스마트카 등 미래 이동수단 산업은 SW 경쟁력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내연기관 자동차 기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전동화 전환에 잘 대처한다는 평가를 받는 현대차그룹 역시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과거 거대한 내수시장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최근 들어선 현지 연구소에서 파악한 동향이나 기술을 거꾸로 한국이나 해외 다른 시장에 적용하는 식이다.
후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EREV)는 중국에서 영감을 받았고, 사용자경험(UX)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부분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에 따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두고 기술연구소와 선행디지털연구소, 상용기술연구소를 동시 가동 중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본격화할 중국 승용차에 대해 ‘일단 지켜보자’는 기류가 강하다. 국산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 다수에 반중 정서가 있지만 전기차 잠재 수요층에게는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차종이 수입될지, 가격대가 어느 선일지 보고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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