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피해' 손배소 2심 진행
김지은 측 "신체 재감정 필요" 주장
"재감정 자체가 고통" 안희정 측 반박
수행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복역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피해자 김지은 씨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가운데, 김씨 측이 정신적 피해 정도 재산정을 위한 신체 재감정을 요청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3부(부장판사 배용준·견종철·최현종)는 27일 김씨가 안 전 지사와 충청남도를 상대로 낸 3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김씨 측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신체 재감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체 재감정은 주로 손해배상 사건에서 피해자의 손해를 입증하거나 손해 범위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되기도 한다.
1심은 김씨가 성폭력과 2차 가해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고 있다고 주장함에 따라 신체감정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감정을 의뢰한 병원들이 줄줄이 거절하고 감정·촉탁 결과 등의 송부가 늦어져 2년이 흘렀다. 김씨 측 변호인은 "신체감정이 이뤄졌어야 하는데 감정 결과가 나와 자료를 사실조회로 한 점에 불만이 있다. 재감정이 필요하다"며 "안 될 경우 법원 전문심리위원의 감정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 전 지사 측은 "증거서면으로 대체하면 될 것 같다. 신체감정으로 인해 (재판이) 오래 걸렸다"면서 "원심은 기존 감정을 바꿀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감정 자체가 원고에게 고통으로 작용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재감정을 통상 드물게 진행되고 업무 처리상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며 "다른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재판부에서는 긍정적이지 않다"며 검토는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변론기일은 내년 1월22일이다.
앞서 안 전 지사는 충남도지사 재임 시절인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김씨에게 10차례에 걸친 성폭행 및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을 한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 형을 확정받았다. 그는 2022년 8월 4일 여주교도소에서 출소 후 경기도 양평에서 칩거 중이다.
김씨는 2020년 7월 사건 피해에 대한 위자료와 치료비를 요구했으나, 안 전 지사 측은 "형사 사건 결과는 증거 중 하나일 뿐"이라며 2차 가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부인했다. 이후 1심 재판부가 "안 전 지사와 충청남도가 공동으로 8347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으나 김씨는 이에 불복해 지난 6월 항소를 진행했다. 그는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 안희정과 충남도청 그리고 2차 가해자들과 끝까지 싸워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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