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고 위기에 몰렸던 이 대표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이날 무죄 선고가 나옴에 따라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검찰의 표적수사 탓이라는 민주당과 이 대표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이 대표의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진성씨에 대해서는 위증 혐의 유죄를 인정,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8년 12월 22일 및 12월 24일 각 통화 행위 및 변론요지서 교부 행위를 위증의 교사로 보기 어렵고, 피고인 이재명에게 교사의 고의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통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언 요청의 방식은 요청자가 필요로 하는 증언이 무엇인지에 관한 언급, 증인이 기억하거나 알고 있는 바에 대해 확인하는 방식의 통상적인 증언 요청과 크게 다르지 않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증언에 관해 언급했다고 해서 위증을 요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나아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이재명을 주범으로 모는 협의 내지 합의가 있어 누명을 썼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했던 이재명이 김병량의 핵심측근으로서 검사사칭 사건의 고소대리까지 한 김진성에게 검사사칭 사건 당시 피고인 이재명이 처했던 상황 및 그 상황에 대한 이재명 자신의 의문에 대해 설명하고 변론요지서를 제공해 확인하게 하는 것이 상식에 반한다거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피고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의 정도를 벗어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 김진성이 진술서를 작성하고 , 변호사 신모씨와 통화·면담을 한 후에 이 사건 증언을 하게 됐다고 해서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 이재명이 피고인 김진성에게 이 사건 증언과 관련해 위증을 교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피고인 김진성의 제1 내지 6증언을 개별적으로 보더라도, 피고인 이재명이 위증을 교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이재명의 교사 행위는 위 각 통화를 통해 이뤄졌고 그 이후 김진성이 이 사건 증언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재명이 개입했음을 인정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점, 이재명과 김진성 사이의 위 각 통화 당시에는 김진성이 증언을 할 것인지 여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증언을 할 것인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교사 행위 당시 이재명은 김진성이 이 부분 위증을 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재명에게 김진성의 위증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이재명이 김진성과 통화 즉 교사 행위를 할 당시, 김진성이 증언을 할 것인지 여부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증언을 할 것인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재명이 위 각 증언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도 부족한 점, 피고인들 사이의 각 통화 내용은 이재명이 김진성에게 어떤 사실에 관한 거짓 증언을 요청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재명에게 김진성으로 하여금 이 부분 각 위증을 하도록 결의하게 하려는 고의(교사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반면 재판부는 "피고인 김진성의 위증 혐의 공소사실 6개 중 김병량 선거캠프 내 분위기에 관한 증언 부분, 최철호 고소 취하와 관련된 증언 부분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되나, 나머지 증언 부분은 범죄의 증명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총 6개의 공소사실 중 4개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 대표는 2018년 12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김진성씨에게 전화해 자신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당시 이 대표는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후보 TV토론에서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서 본인이 '누명을 쓴 것'이라고 거짓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검사 사칭 사건은 이 대표가 변호사였던 2002년 5월10일 KBS '추적 60분' 담당 최철호 PD가 성남시 이 대표의 사무실에서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을 상대로 검사를 사칭하며 전화할 때 이 대표가 사칭할 검사의 이름과 질문할 사항을 알려주는 등 최 PD와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사건이다.
이 대표는 해당 사건으로 공무원자격사칭 혐의로 기소돼 2004년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았다.
그런데 2018년 5월29일 '2018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KBS 초청 토론회'에 출연한 이 대표는 검사 사칭 여부에 대한 경쟁 후보자의 질문에 "제가 한 게 아니고, PD가 사칭하는데 제가 옆에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제가 그걸 도와줬다는 누명을 썼습니다", "저는 검사를 사칭해 전화를 한 일이 없습니다. PD가 한 거를 옆에서 인터뷰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제가 도와준 걸로 누명을 썼습니다"라고 발언했다.
검찰은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 대해 누명을 썼다고 발언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위사실공표라고 판단, 2018년 12월11일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 자신이 최씨에게 사칭할 검사의 이름과 질문 사항을 알려주는 등 검사 사칭을 공모했고, 이 일로 형사처벌까지 받고서도 검사 사칭 사건에 공모하거나 가담하지 않은 것처럼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다.
검찰은 김 전 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씨가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와 함께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인허가를 알선해준 대가로 금품을 받기로 하고 정바울 대표의 백현동 개발사업을 돕던 중, 2018년 12월께 이 대표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검사 사칭 사건 당시 김병량과 KBS 측 사이에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기 위해 최씨에 대한 고소를 취소하자는 협의 또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라는 취지로 증언해 줄 것을 요구받았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인섭 대표는 백현동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이 같은 이 대표의 부탁을 받은 김씨가 실제 2019년 2월14일 오후 2시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선서를 한 뒤 실제는 그런 협의나 분위기가 있었는지 모르거나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검사 사칭 사건 당시 김병량과 KBS 측 사이에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기 위해 최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자는 협의 또는 그러한 분위기가 있었다'라는 취지로 증언했다는 것이 검찰이 김씨의 공소장에 적시한 범죄사실이다. 이 대표는 김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해당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했고,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김씨를 위증 혐의로, 이 대표를 위증교사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김씨는 검찰과 법정에서 이 대표의 요청으로 위증을 했다는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또 김씨가 이 대표와 당시 통화한 육성 녹음파일이 증거로 제출돼 있다.
두 사람의 통화 녹음파일 중에는 이 대표가 '있는 대로 얘기해달라', '사건을 재구성하자는 건 아니다'라고 김씨에게 얘기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대표는 이를 근거로 김씨에게 거짓 증언을 해달라고 한 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법률전문가인 이 대표가 통화가 녹음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식적으로 한 발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통화 내용 중에 김씨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 특정한 취지로 발언해주면 좋겠다고 부탁한 것은 명백한 위증교사로 볼 수 있는 데다가 이 대표가 김씨에게 증언에 앞서 변론요지서를 보내 예상 질문에 대한 희망 답변을 연습시킨 정황까지 드러나 혐의를 벗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9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부장판사도 이 위증교사 사건에 대해서는 '혐의가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를 앞둔 상태에서도 연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실패한 교사'라는 등 무죄를 주장하는 글을 올렸던 것도 이 대표 스스로 이번 사건의 유죄 가능성을 더 높게 봤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달리 위증교사 혐의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벌금형이 선고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이 대표가 위증교사죄로 징역형(위증교사죄는 법정형에 금고형이 없다)을 확정받을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고 그 형이 실효될 때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을 초과하는 징역형은 형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뒤 10년, 3년 이하의 징역형은 5년이 지나야 형이 실효된다.
이날 오후 1시48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이 대표는 대기하던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유무죄 판단 어떻게 예상하느냐', '위증의 고의성에 대한 입장이 있느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법원 청사로 들어갔다.
무죄 선고를 받은 뒤 법원 청사를 빠져나온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그 과정이 참으로 어렵고 길긴 하지만 창해일속이라고 제가 겪는 어려움이야 큰 바닷속의 좁쌀 한 개 정도에 불과하지 않겠나. 우리 국민께서 겪는 어려움 그 고통에 비하면 참으로 제가 겪는 어려움은 미미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앞으로도 우리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드리며 이제 정치가 이렇게 서로 죽이고 밟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하고 함께 가는 그런 정치면 좋겠다. ‘죽이는 정치보다 이제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합시다’ 이렇게 정부 여당에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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