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20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에 무기 판매를 차단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압도적 차로 부결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진보성향 무소속 정치인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주도로 발의된 이 결의안은 이날 상원 표결에서 반대 79표, 찬성 18표, 기권 1표를 받았다. 상원 의원 100명 가운데 공화당은 물론이고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도 반대표를 던졌다.
해당 결의안은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에 미국의 무기 판매를 불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샌더스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게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거기서 일어난 일의 대부분은 미국 무기, 미국 납세자의 지원으로 이뤄졌다"면서 "미국이 잔혹 행위에 공모하고 있다. 이러한 공모는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표결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무기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고 통보한 시한이 지난 후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30일 이내인 11월12일까지 최소 구호 트럭 350대 진입, 추가 인도적 통로 개방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바이든 행정부 역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번 결의안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추가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음을 비판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실수"라며 "정부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의회가 미국 법을 시행하고 결의안을 통해 네타냐후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다른 의원들의 입장까지 돌려세우진 못했다. 미국 무기수출통제법상 의회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외국에 대한 무기 판매를 차단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결의안이 상·하원 모두에서 가결돼야 한다. 또한 대통령은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을 갖는다.
샌더스 의원이 이스라엘로의 무기 판매를 차단하는 결의안을 주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지에서도 결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일간 가디언은 "미국 법상 인권침해를 저지른 외국군에 군사 지원을 제공해선 안 된다"면서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 전문가들의 전쟁 범죄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로의 무기 지원을 중단하는 것을 대체로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가자지구에서는 이날도 폭격이 이어졌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주택 5채를 폭격해 다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측 언론은 사망자가 57명이라고 보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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