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정기인사 예상보다 늦어져
메모리 경영진 거취 관심
위기극복 메시지 필요
파격 인사 나올지도 주목
삼성전자 정기인사가 당초 재계가 전망했던 시점 보다 늦어지고 있다. 인사 내용을 두고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고민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발표가 늦어지면서 인사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모습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초 인사 및 조직 개편안 초안을 작성한 후 의견 수렴과 수정 작업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말 재계 일각에선 인사 시점을 이달 8일과 18일로 점찍었다. 두 날짜는 회사가 현재 시장에서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적 쇄신을 빠르게 이뤄 나갈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 이 두 날짜에는 인사가 단행되지 않고 넘어갔다. 최근에는 인사가 21~22일 중에 단행될 것이란 소문이 나온다.
최선의 인사안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되지만 예년과 비교할 때 올해 인사는 수정과 보완의 시간이 다소 길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위기설 진원지, 메모리 진용 교체하나
인사 시즌의 막이 오른 이후 삼성전자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건 메모리 반도체 관련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인사들의 거취다. 회사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시장에서 밀리면서 사업의 위기가 촉발됐다는 시장 분석이 잇달아 나오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곳곳에서 나온다. 올해 원포인트 인사로 취임한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자리를 지키고 계속해서 기회를 부여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이하 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은 거취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장은 사내이사 임기가 내년 3월에 끝날 예정이어서 교체 가능성이 조금 더 짙어지는 분위기다. 전 부문장의 유임으로 대폭적인 사장단 교체에도 현재 추진 중인 사업들의 연속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전 부문장이 엔지니어 출신인 만큼 사장단에도 엔지니어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에선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유수의 기업들이 엔지니어 출신을 최고경영자(CEO)로 두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경영학도들이 많은 삼성전자의 임원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내부 결속·美 대선, 두 마리 토끼 사냥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불거진 위기 국면에서 ‘거버넌스’에 대한 지적도 인사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으로선 이번 인사에서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묘수가 필요하다. 조직을 아우르고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아 사장단 진용을 새로 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동시에 급변하는 세계 시장에 정확하고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인물들이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 사정에 밝은 인물들이 중용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는 내년 1월부터 현지 상황이 급격히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을 많이 팔고 글로벌 테크 기업들과는 반도체 관련 협력을 넓혀야 하는 삼성전자로선 이번 인사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
파격적인 인사 나올까
이번 정기인사는 이 회장이 위기 극복의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점 등 때문에 파격적인 인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보인다.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이미 회사를 떠난 인사를 다시 영입하거나, 냉철한 판단과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외부 인사의 영입으로 사내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많이 나온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계열사에서 좋은 성적을 낸 인물들이 삼성전자 사장단에 합류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장 사장이 이끄는 삼성전기는 이 회장이 크게 관심을 두고 있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사업에서 호황을 누리며 눈에 띄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사내이사 임기가 곧 만료되는 사장들에 대한 결단도 인사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세 명은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따라 사내 4명, 사외 6명으로 구성돼 있는 이사회도 새로 구성이 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 회장 등 경영진은 이런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들 세 명에 대한 인사조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현직이 유임되면 내년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직도 연장될 수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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