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72세 여성 지젤 펠리코 강간 사건
남편이 진정제 먹인 뒤 남성들 불러 강간
"강간 인식 바뀌어야"…다음 달 최종 선고
전 남편이 인터넷 채팅으로 모집한 남성들에게 진정제에 취해 성폭행당한 뒤 공개적인 행보를 보인 프랑스 여성 지젤 펠리코(72)가 법정 최후 진술에서 "남성 우월적 마초 사회를 바꿀 때"라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지난 9월부터 이어진 재판은 이날 프랑스 남부 아비뇽 법원에서 마지막 피해자 진술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지젤의 전남편 도미니크 펠리코(72)는 지난 2011년 7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아내의 술잔에 몰래 진정제를 넣어 의식을 잃게 한 뒤 인터넷 채팅으로 모집한 익명의 남성을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를 성폭행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도미니크가 모집한 남성은 72명으로 군인, 공무원, 언론인, 배달원, 교도관 등이었으며 전직 경찰관과 소방관도 포함돼 프랑스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다만 가해자 일부는 사망하고 일부는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실제로 재판에 넘겨진 이는 51명에 불과하다. 피고인 중 일부는 수사 중 석방됐으며 도미니크를 포함한 18명만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고 있다.
도미니크의 범행은 그가 지난 2020년 9월 동네의 한 슈퍼마켓에서 휴대전화로 여성들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 붙잡히면서 덜미가 잡혔다. 당국 조사 결과, 그의 USB에서는 아내가 강간당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물들을 포함해 2만개가 넘는 불법 촬영물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인 지젤은 약물에 취해서 성폭행당한 기억이 전혀 없었으며, 자녀들 역시 어머니가 약물에 취해 기절한 줄은 꿈에도 모르고 치매나 신경 장애를 의심했다고 한다.
이날 재판에서 전남편 도미니크와 일부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했으나, 다른 피고인 30여명은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지젤을 성폭행할 의도가 없었다면서 모든 책임을 도미니크에게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을 모두 지켜본 지젤은 "내게 이것은 비겁함의 재판"이라며 "어떻게 움직임이 없는 신체를 보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그 방을 떠날 수 있었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제 강간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강간은 강간"이라고 일갈했다. 지젤과 도미니크의 두 아들 역시 법정에서 부친을 엄히 처벌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선고 재판은 다음 달 20일 전에 열릴 예정이다.
앞서 재판 초기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그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재판을 비공개해야 한다고 법원에 요청했었다. 그러나 지젤은 "부끄러움은 피해자가 아닌 피고인들의 몫"이라며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사건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후 재판의 모든 과정이 공개됐으며, 지젤은 프랑스 사회에서 '용기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그는 가해자들이 특별한 악마가 아니라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며, 아버지이자 남편이면서도 이 사건을 경찰에 알린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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