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공무원 해고·부처 폐지 등
기술혁신으로 정부예산 축소
머스크 정부효율성부에 위임
외교안보라인 철저히 中 겨냥
기존 질서 파괴적 혁신 내세워
트럼프 1기때 자신 명령거부
軍 장성들 대대적 숙청 예고
트럼프 당선 이후 세계는 미국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질서나 합의를 무시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트럼프 당선자는 자신이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2023년 ‘의제 47(Agenda 47)’이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상세히 밝힌 바 있다. 또한 트럼프 당선자는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헤리티지 재단이 주축이 되어 작업한 ‘프로젝트 2025’의 내용 상당수도 실제 정책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트럼프가 어떤 스타일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은 현재까지 진행된 인사를 통해 큰 방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일론 머스크를 정부효율성부 책임자로 임명한 것이다. 정부효율성부는 선거 과정에서 머스크가 트럼프에게 납세자의 세금이 좋은 방식으로 지출되도록 보장해야 한다면서 그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트럼프는 평소 미국 예산의 상당 부분이 낭비적으로 지출되고 있으며, 불필요한 기관과 인력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왔다.
의제 47에서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와 교육부를 비롯한 연방부처 폐지 및 축소를 공언했지만 실제 이것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하지만 혁신적인 사업가이자 효율성 추구를 통한 비용 절감의 성과를 보여줬던 머스크가 등장하자 트럼프는 이와 관련한 사항을 모두 머스크에게 위임했다. 트럼프는 머스크를 통해 연방 정부 및 예산의 대폭 축소를 추진할 것이다. 인력 및 예산축소에 따라 나타날 문제점들은 인공지능과 로봇 등 기술적 혁신을 통한 해결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는 정부효율성부의 활동 시한을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인 2026년 7월 4일로 정해놨는데 이는 혼란에 따른 책임이 불거질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성과는 트럼프의 몫이고, 책임은 일을 하는 사람이 지도록 하는 특유의 용인술이라 할 수 있다.
외교안보라인의 인사는 철저하게 중국을 겨냥했다. 국무장관으로 임명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중국, 이란, 쿠바 등에 대한 초강경 노선을 걸어왔다. 2010년 상원의원 당선 이후 외교 및 정보 부문에서 지속해서 활동하면서 중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국가안보 보좌관으로 임명된 마이클 월츠 하원의원 역시 대표적인 대 중국 강경론자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인 월츠는 27년간 군에서 복무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미국이 개입한 대부분의 전장에서 실전을 경험했다. 월츠 역시 중국을 주적으로 설정하고 총력을 집중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함을 여러 차례 주장해왔다. 이와 같은 대중국 초강경파를 외교안보라인으로 임명한 트럼프의 의도는 본인의 최우선 관심사가 중국임을 명확히 드러냄으로써 동맹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고민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트럼프는 자신이 겪었던 일에 대한 복수할 것임을 인사를 통해 명백하게 드러냈다.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 폭스 뉴스 진행자 피트 헤그세스는 예비역 소령으로서 군 복무를 하기는 했지만 세계 최대의 미군을 통솔할 경험과 능력에 대해서는 전혀 검증된 바 없다. 군과는 실제적인 인연이 거의 없는 그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한 트럼프의 명분은 과거 오바마 및 바이든 대통령 시절 추진되었던 군 내부의 ‘깨어있음(woke)’문화에 대한 척결이다. 전투력과 무관한 다양성을 강조하면서 군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음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재 속내는 과거 자신의 명령을 거부했던 군 장성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트럼프는 경찰에 의한 흑인사망으로 인한 워싱턴에서의 대규모 시위 진압을 위해 군 동원을 명령했으나 당시 장성들은 이를 거부했다. 이외에도 트럼프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의 즉각 철군에 대해서도 군 관계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실행을 보류시켰다. 트럼프에게는 본인에 대한 항명이었고,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것이 2020년 대선에서의 패배라고 생각한다.
복지부 장관으로 백신 음모론자로 꼽히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임명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트럼프는 모든 절차와 규정을 뛰어넘는 지원을 통해 빠르게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정작 제약업계와 보건 관련 정부 기관들은 당시 선거에서 패배한 트럼프를 조직적으로 무시했다고 트럼프는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백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진 케네디가 적격으로 판단한 것이다. 물론 민주당의 상징과 같은 케네디의 일가를 자신이 임명한다는 상징적 효과도 고려하였을 것이다. 미성년 성매매를 포함한 온갖 구설에 올랐던 맷 게이츠 의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것 역시 검찰을 비롯한 법 집행기관으로부터 여러 가지 수모를 당해왔던 그가 트럼프를 대신해 철저하게 칼을 휘두를 것임을 확신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사를 통해 가장 확실하게 드러나는 것은 트럼프가 기존의 정책이나 방법을 계승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바꾸고 파괴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이다. 자신의 당선이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는 미국 사회를 바로 잡아달라는 유권자의 요구라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중국 문화혁명 당시 마오쩌둥이 내걸었던 모든 반항과 반란에는 정당한 도리와 이유가 있다는 ‘조반유리(造反有理)’를 떠올리게 한다. 4년이라는 남은 임기 동안 혼란이 있더라도 기존의 질서를 철저하게 붕괴시킴으로써 미국을 변화시키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는 취임 이전부터 드러나고 있다. 1980년대 미국을 대대적으로 변화시켰던 레이건 대통령 이후 40년 만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글로벌 정책·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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