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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일잘러 번아웃' 딜레마…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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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돼 떠나는 직원, 기업에도 악영향
'쓸데없는 일 줄이기' 회사 위한 회사 역할
칼 뉴포트 "덜 일해야 잘 일한다" 새겨야

[초동시각]'일잘러 번아웃' 딜레마…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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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번아웃 딜레마'죠." 최근 취재차 만난 한 중견기업 임원은 직원들의 '번아웃 증후군'으로 고민이 크다고 했다. 일을 잘하는 직원들에게 일이 몰리다 보니 이 직원들이 과로로 일·생활 균형이 무너졌다고 호소하며 회사를 떠나는 일이 빈번한데,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번아웃은 '타버리다', '소진하다'는 뜻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갑자기 에너지가 방전된 것처럼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증에 빠지는 증상을 말한다. 실제로 국내 직장인 10명 가운데 7명은 직장 생활로 인한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했다는 답을 내놓고 있다. 잡코리아가 지난 6월 남녀 직장인 342명을 대상으로 번아웃 증후군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9.0%가 번아웃 증후군을 겪었다고 답했다. 번아웃 경험은 '한창 일해야 할' 20~40대에서 가장 많았다. 30대 직장인의 경우 75.3%가, 20대와 40대 역시 각각 61.1%, 60.5%가 회사생활 중 극심한 피로와 무기력증을 느껴봤다고 답했다.


원인은 역시 '과도한 업무량'이다. 직장인 42.4%가 '현재 업무량이 너무 많다'고 봤다. 일이 많아 퇴근 후와 주말에 회사 업무를 보는 경우도 각각 40.1%, 44.4%로 나타났다. 아시아경제가 연초부터 진행한 'K인구전략' 기획에서도 회사에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가 갖춰져 있으나, (일하는) 사람은 적고 일은 많아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딜레마가 발생한다고 호소하는 취재원이 적지 않았다.


직원이 번아웃에 빠지면 회사 역시 생산성 면에서 얻을 것이 없다. '지속 가능한 열일(열심히 일하기)'을 위한 해답은 뭘까. MIT 출신 공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칼 뉴포트는 저서 '슬로우 워크'에서 '일을 적게 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확히는 '진짜 결과'를 위한 일만 남기고 쓸데없는 일을 과감히 쳐내야 한다는 조언이다.


칼 뉴포트는 지난 70년간 '컨베이어의 속도를 올리면 생산물이 늘어나는' 공장식 생산성의 기준이 지식 노동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고 지적했다. 생산물이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 노동의 특성상, 직장인들은 자신이 일하고 있다고 증명하기 위해 '중요하지 않지만 눈에 잘 드러나는 잡무'에 무의식적으로 열중했고, 이로 인해 정작 가장 중요한 핵심 업무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지식 노동에 걸맞은 새로운 생산성의 기준이 필요하다며 '슬로우 생산성(느린 생산성)'을 해법으로 제안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존 맥피 뉴요커 기자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존 맥피는 1967년 기사 한 편을 쓰는 데 약 8개월간 자료 조사를 했다. 이후엔 2주 동안 하루에 500단어씩 쓰면서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취재원을 만나거나 기삿거리를 정리하며 보냈다. 그 결과 이 기자는 1999년 퓰리처상을 받았고, 무려 29권의 책을 썼으며 그중 2권이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지식 노동 과부하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극심해져 일 잘하는 직원이 번아웃을 겪으며 회사를 등지게 되는 일은 기업에도 손해다. 일의 핵심을 찾아 불필요한 업무량을 줄여주는 일,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나마 직원이 자신만의 속도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결과의 질을 높인다. 이는 결국 회사를 위한 일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기만 해도 해법을 찾는 데 한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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