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파들로 속속 채워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 인선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키워드가 더 확인된다. 사실상 인선 절차가 마무리된 외교·안보라인이 반(反)중국, 반이민 성향의 ‘강경파’로 포진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에게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창해온 ‘미국우선주의’ 색채도 두드러진다. 또한 플로리다주를 정치적 기반으로 활약해왔거나 군 복무 이력이 있는 인물, 대선 과정에서 ‘돈줄’ 역할을 톡톡히 했던 억만장자 부호 등도 잇달아 요직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충성도는 기본… 反중국·美우선주의 인사들 모아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주 대선 캠페인을 막후에서 이끌었던 ‘충성파 킹메이커’ 수지 와일스를 백악관 비서실장에 첫 지명한 것을 시작으로 13일(현지시간) 밤 현재까지 국경차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앙정보국(CIA) 국장, 국방부 장관, 정보효율부 수장, 백악관 부비서실장 겸 국토안보보좌관, 국무부 장관, 법무장관 등을 발탁했다.
과거 1기 행정부에서 일부 내각 인사의 반대로 몇차례 정책 브레이크가 걸렸던 트럼프 당선인은 일단 인선 과정에서 ‘검증된 충성파’를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극우, 성매매 의혹 등 논란에 휩싸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을 이날 법무장관에 지명한 것 역시 그가 미국우선주의 신봉자를 자처하는 ‘충성파 중의 충성파’이기 때문이다. 또 국무부 장관으로 낙점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상당수는 한때 트럼프 당선인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됐을 정도로 이미 충성도가 확인된 인물들이다.
정책 기조로는 반중국·반이민, 미국우선주의 색채가 두드러진다. 국가안보정책에 핵심 역할을 하는 요직에는 모두 중국, 이란 등 적성국가에 강경 대응을 주문해온 이들이 이름을 올렸다. 미 의회에서 나오는 각종 대(對)중국 제재 움직임에 빠지지 않았던 루비오 의원은 물론 국가안보보좌관과 CIA 국장으로 낙점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과 랫클리프 전 DNI 국장 역시 중국을 ‘최대 위협’이라고 경고해온 인물들이다. 최우선 공약으로 내건 ‘대규모 불법체류자 추방’을 시행할 요직에도 해당 정책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 반이민 기조의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 국장 직무대행 등을 앉혔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이들이 미국우선주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파격적인 국방장관 인사로 주목을 모은 40대 폭스뉴스 진행자 피터 헤그세스에 대해서는 "미국우선주의의 진정한 신봉자", 왈츠 의원에게는 "미국우선주의 외교정책의 강력한 옹호자"라는 평가를 내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환경정책을 뒤집을 환경보호청장(EPA)에는 리 젤딘 전 하원의원을 지명하며 "미국우선주의 정책의 진정한 투사"라고 소개했다. 주유엔 미국 대사로 발탁된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에게는 "힘과 미국 우선주의 국가안보 정책을 통해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인선 포인트는 ‘플로리다파’ ‘군인’ ‘부자’
2기 행정부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주소지를 둔 ‘제2 고향’ 플로리다주를 기반으로 한 인사들도 대거 확인된다. 당장 외교안보 정책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 국방장관 세 자리 모두 플로리다주를 지역구로 하는 인사에게 돌아갔다. 트럼프 당선인의 첫 인선이었던 백악관 비서실장 역시 뉴저지주 출신이지만 플로리다를 주무대로 활약해온 수지 와일스가 차지했다. 현재 상무장관 등으로의 기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플로리다에 거주하고 있어 발탁 시 플로리다파의 기세는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군 출신도 다수다. 안보 요직에 중용된 헤그세스와 왈츠 의원은 아프가니스탄 등 전장 복무 경력이 있는 참전용사 출신이다. 다만 국방장관이나 국가안보보좌관에 주로 예비역 장성이 임명돼온 것과 달리 둘 다 영관급 장교다.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DIN 국장으로 낙점된 털스 개버드 전 하원의원은 2003년 육군 주방위군에 입대했으며 현재 오클라호마주에서 예비군 중령으로 복무하고 있다.
이와 함께 2기 행정부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에 큰 역할을 해온 ‘세계 최대 부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큰손들도 포함됐다. 중동 특사로 이름을 올린 스티브 위트코프는 ‘부동산 재벌’이자 트럼프 당선인의 오랜 ‘골프 친구’다. 현지 언론들은 큰손 후원자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하지 않더라도 강력한 물밑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2기 재무부 장관 후보로 유력한 스콧 베센트 역시 억만장자 펀드매니저다.
남은 행정부 주요 요직으로는 재무, 내무, 상무, 노동, 보건복지, 에너지 장관 등이 꼽힌다.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는 ‘에너지 차르’로 유력시된다. 한때 법무부 장관 유력 후보로 꼽힌 제이 클라이튼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 빌 해거티 상원의원 역시 요직에 등용될 것으로 전망됐다. 가상화폐 규제 완화로 주목받고 있는 SEC 위원장으로는 댄 갤러거 로빈후드 최고법률책임자와 크리스 지안카를로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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