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투자' 종목 1년 새 반토막…역대 최저 수준
'하락장' 국내 증시, 주주권 행사보다 수익률에 집중
방어적 매매로 3.78% 年 수익률, 자산규모도 2조원↑
올해 들어 국민연금의 대량보유 종목(지분율 5% 이상) 기준 '일반투자' 종목이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권 행사보다는 수익률에 집중한 결과로 보인다.
1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민연금의 대량보유 종목은 총 269개다. 이 중 일반투자는 41곳(15.3%), 단순투자는 228곳(84.7%)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는 일반투자가 74곳(26.7%), 단순투자가 203곳(73.3%)이었다. 일반투자 종목의 수가 45% 줄었으며 전체에서의 비중도 10%포인트 넘게 감소한 것이다. 불과 1년도 안 된 기간에 벌어진 일이다.
수익률 '방어' 집중…지수 후퇴 속에도 '선방'
국민연금은 대량보유 종목에 대해 보유목적을 공개한다. 주주권 행사 범위에 따라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경영참여 등 3단계로 나뉜다. 일반투자는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지침) 도입 이후 새롭게 들어온 개념이다. 단순투자는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행사하는 소극적인 투자 형태인 반면 일반투자는 정관변경이나 배당확대, 임원 해임 청구 등도 요구할 수 있다. 일반투자 기업이 많다는 것은 주주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일반투자 기업이 100곳을 넘기며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기조가 바뀌었다. 올해 들어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최저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주주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보유목적을 바꾼다"며 "국내 증시에서 주주권 행사보다는 차익실현 등 수익성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고 했다.
호황을 누리는 글로벌 증시와는 달리 지지부진한 코스피·코스닥 시장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보다는 수익률 방어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1~3분기 동안 국내 주식 5284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방어적인 매매전략을 이어오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주식에서 올해 3.78%의 수익률(8월 기준)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 적극적인 '리밸런싱(재조정)'으로 국내주식 자산규모도 오히려 2조원가량 불어난 150조원이 됐다. 국내 증시가 연간 기준 마이너스 상승률이며, 국민연금이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하고 있는 것이다.
10월 '연금픽'은 바이오·건설·증권
한편 이달 들어 국민연금은 보유종목 9개의 지분율이 10월 중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7개 종목은 지분이 증가했으며 2개는 감소했다. 특히 금리 인하 수혜주로 분류되는 제약·바이오와 건설, 증권주 등의 보유량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제약·바이오주인 한미약품(9.99%→10.02%)·한올바이오파마(9.98%→10.02%)와 건설주인 HDC현대산업개발(12.14%→12.33%), 증권주인 삼성증권(12.94%→13.06%)의 보유량이 소폭 증가했다. 선박 엔진 등을 생산하는 STX엔진의 지분도 8.25%에서 8.67%로 0.42%포인트 늘렸다. 트럼프 당선 이후 조선업이 주목받기 전에 미리 투자를 늘린 것이다. 반면 CJ대한통운(10.79%→10.46%)의 지분은 줄였다. 택배업의 경우 코로나 이후 업황이 둔화되고 있는 산업 중 하나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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