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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빚 권하는 사회…마음의 빛 잃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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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우울증 환자 100만명 시대…항우울제 복용 ↑
데이비스 교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근본 원인"
효율성 중시·부채 강요해 현대인 정신건강 헤쳐

지난해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우울증 진단 인원을 100만744명으로 집계했다. 2018년 75만2976명보다 32.9% 증가했다.


영국 로햄프턴 대학교의 제임스 데이비스 의료인류학·심리학 교수는 저서 ‘정신병을 팝니다’에서 지난 몇 십년간 정신질환과 항우울제 복용의 증가는 영국은 물론 미국, 호주,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웨덴 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전세계적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데이비스 교수는 그 근본 원인을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 찾는다. 신자유주의가 도입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항우울제의 복용이 증가했음을 통계적으로 확인한다. 그래서 책의 원래 제목도 ‘진정제를 주다(Sedated)’다. ‘현대 자본주의가 정신건강 위기를 초래한 방법(How Modern Capitalism Created our Mental Health Crisis)’이라는 부제도 달았다.


신자유주의가 근본 원인이기 때문에 ‘정신병을 팝니다’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 재임 시절 영국 재무장관을 역임한 나이젤 로슨 전 의원과의 만남에서 글이 시작된다. 대처 전 총리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1980년대 신자유주의 가치를 전 세계에 퍼뜨린 주역이다. 데이비스 교수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경쟁과 효율성을 중시하고, 부채를 강요하면서 현대인의 정신 건강에 해를 끼쳤다고 주장한다.

[이 책 어때]빚 권하는 사회…마음의 빛 잃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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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50~1960년대는 세계 경제가 높은 성장률을 유지한 소위 자본주의의 황금기였다. 1970년대 석유 파동에 의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1979년 취임한 대처 총리는 임금 상승을 요구하는 노조도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라고 봤다. 노조와 격렬하게 대치하며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노조의 힘이 약해지면서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이 줄었다. 인플레이션은 진정되었을지언정 노동자의 임금 하락, 즉 소득 감소는 또 다른 구조적 문제를 야기했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가 줄어 성장률도 둔화한 것이다. 기계가 인간 노동을 대신하고 값싼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늘면서 임금 하락은 가속화했다.


대처 정부는 1980년대부터 신용카드 규제를 완화했다. 노동자들의 줄어든 소비 여력을 대출로 메워주려는 심산이었다. 그렇게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부채가 늘기 시작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주택담보대출, 투자 목적을 제외한 빚은 금기시됐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대출은 자본주의를 작동시키기 위한 필수 요소가 됐고 오늘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채를 안고 살아가는 세상이 됐다. 부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변화는 부지불식 간에 우리의 사고와 행동 방식을 바꿨다.


일례로 세계적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는 젊은이들의 학자금 대출이 궁긍적으로 사회를 보수화시키는 부작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촘스키는 부채는 학생들을 경제 순응주의자로 만들고, 그들이 진입하고 있는 체제의 경제 현실에 반대하기보다는 수용하도록 강제한다고 봤다. 빚을 갚기 위해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현실적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은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업으로 이어지는 학과를 선택하게 된다. 이는 창의적인 학과와 인문학 학과의 지원자가 줄어드는 현상의 원인이기도 했다. 촘스키는 부채는 신자유주의로 편입시키는 사회화의 강력한 요인이 되며, 젊은이들이 일찍부터 현재의 경제 상태에 복종하도록 강제한다고 설명했다.

[이 책 어때]빚 권하는 사회…마음의 빛 잃는 사람들

대처 정부는 또한 정부 지원을 받는 기관은 필연적으로 비효율적인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대처 정부는 공공 서비스가 시장의 경쟁 바깥에 존재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 공공 서비스에도 시장 원리를 도입했다. 목표지향적 강박을 심어 효율성을 증명하고, 제고하게 했고, 목표 달성에 실패했을 경우 불이익을 줬다. 주된 대상은 병원, 학교 등이었다.


학교에서의 효율성의 추구는 결과적으로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2011년 전체 학생의 20% 가량이 특수한 교육적 관심이 필요한 학생으로 분류됐는데 이는 10년 만에 두 배로 증가한 것이었다. 데이비스 교수는 학교에서도 경쟁의 논리,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선생님들의 업무 부담이 커졌고 학생 지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던 결과라고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대처 정부 이후 영국에서는 정신질환 치유를 위한 약물의 사용이 꾸준히 증가했다. 정부는 정신질환자를 줄이기 위해 예산을 늘리고 다양한 대응 정책을 추진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지난 수십년간 의학 기술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지만 단 하나 정신의학 분야만큼은 발전하지 못했다며 정신질환 환자 숫자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부가 추진했던 계획의 실패 사례를 분석하고 심지어 항우울제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강조한다.


데이비드 교수는 궁극적으로 정신질환이 증가하는 근본 원인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해야 한다며 그 원인을 오늘날의 경제 체제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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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을 팝니다 | 제임스 데이비스 지음 | 이승연 옮김 | 사월의책 | 376쪽 | 2만3000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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