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매각으로 회사는 손실
인수자 조합·법인·개인만 평가차익
코스닥 상장사 디와이디가 비싸게 매입했던 자사 전환사채(CB)를 저가에 양도했다. 이 거래로 회사는 손실을 보지만, 최근 경영권 매각 등으로 주가가 오른 상황이라 CB 인수자들은 평가차익을 얻게 됐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디와이디는 제5회차 CB 60억원어치를 재매각한다고 전날 공시했다. 이 CB는 지난해 2월 100억원 규모로 발행된 물량이다. 당시 디와이디는 삼부토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CB를 발행했다.
이후 지난해 12월28일 디와이디는 CB 전량을 재매입했다. 사채 취득금액은 106억원이다. 디와이디는 사채권자와 협의에 따라 만기 전 조기 취득했다고 밝혔다. 취득 금액은 발행 시점부터 재매입 때까지의 기간 이자를 추가한 액수다. 발행가의 약 6%를 이자로 지급한 셈이다.
하지만 디와이디는 이번에 CB를 재매각하면서 매입가보다 낮은 액면가 그대로 CB를 팔았다. CB의 전환가가 디와이디 주가보다 현저히 낮은 상황이라 인수 즉시 평가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저가에 판 것이다.
현재 제5회차 CB의 전환가는 주당 500원이다. 발행 당시 전환가액이 1737원이었는데, 주가가 계속 하락해 리픽싱(전환가 조정) 최저한도인 500원까지 떨어졌다. 반면 디와이디의 주가는 지난 6일 경영권 매각 공시일 전까지 급등세를 보이며 장중 1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전날 주가가 하락한 점을 고려해도 이 수준에서 CB가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CB 인수자는 높은 평가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CB 전환으로 약 1200만주, 전체 주식 총수 대비 15% 넘는 물량이 풀릴 수 있어 일반 소액주주들은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이 CB를 매입한 곳은 법인, 조합, 개인 등이다. 먼저 10억원을 매입하는 에이엠아이인베스트먼트는 최대주주가 코스닥 상장사 케이피엠테크인 법인이다. 케이피엠테크는 약품사업, 기계사업, 제약·바이오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연결 기준 수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계열사로 텔콘RF제약, 뉴온 등이 있다.
또 10억원을 매입하는 이종필씨는 비엘코스메틱 대표다. 비엘코스메틱은 지난 6월5일 디와이디와 89억원 규모 토지 및 건물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업체다. 이 계약과 함께 비엘코스메틱은 디와이디의 제5회차 CB 30억원어치를 받기도 했다. 총 100억원어치의 CB 중 40억원을 이종필씨와 비엘코스메틱이 가져간 것이다.
나머지 30억원은 에이온투자조합에서 매입한다. 이 조합의 99.9% 최대주주는 이다빈씨다. 다른 조합원 및 조합자금 출처 등은 공시되지 않았다. 또 김종운, 장병인씨 등 개인도 각각 5억원씩 CB를 매입한다.
이에 대해 디와이디 관계자는 “자금 유동성 확보, 취득가액, 가치평가 등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했고 매수자와 협의를 통해 CB 매각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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