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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향 북한대학원대 이사장, 시집 ‘그날 그 꽃’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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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일상의 언어로 빚어낸 아름다움
: 피어남과 사라짐, 그리고 견딤의 미학’

김선향 시인의 세 번째 운문일기 『그날 그 꽃』이 가을의 정취와 함께 우리에게로 왔다.

김선향 북한대학원대 이사장, 시집 ‘그날 그 꽃’ 펴내 김선향 북한대학원대 이사장 시집 ‘그날 그 꽃’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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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황금장미』에 이어 또 한 번 꽃을 피운 유려한 언어의 성찬이자, 더 깊어진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집이다.


운문일기라는 형식이 갖는 미덕은 두 가지 면에서 독자를 사로잡는데, 그 하나는 산문이 아닌 운문으로 표현된 언어의 명징함이며, 또 다른 하나는 일기라는 일상성이 갖는 힘이다. 찰나의 순간들이 쌓이고 흘러 역사가 되는 시간의 기록으로 일기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찻잔을 앞에 두고 시인과 긴긴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으로, 혹은 꼼꼼하게 기록된 저작 날짜들을 따라 꽃이 피고 지는 길을 걷는 기분으로 시집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날 그 꽃』은 우선 ‘피어남’의 미학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다. 계절마다 꽃은 피어나고, 매일 걷던 익숙한 길은 어느 날은 푸르른 잎으로, 또 어느 날은 하얗게 덮인 눈으로 새삼 시인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이 주는 환희 또한 시인에게는 일상의 무료함을 뚫고 피어나는 빛이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놓치기 쉬운 시간의 사소한 흔적일 수 있지만 시인의 감각에는 여지없이 생명의 힘으로 다가오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날 그 꽃』은 ‘사라짐’의 미학을 애절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시인의 일기는 “잠 못 드는 밤”에 피어난 “상념의 언어들”이다. 세월이 데려가 버린 사랑하는 이들, “작별 인사도 없이” 휙 넘어가는 서녘 해의 무심함에 대한 토로는 어쩌면 시인과 더불어 우리 모두가 매일 견뎌내야 할 사라짐에 대한 착잡함일 것이다. 하지만 노을지는 해변이나 떨어지는 꽃처럼 사라지는 것들도 아름답기는 피어나는 것들과 매한가지이다. 이 역설을 포착해 낸 시인의 언어는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이렇듯 애절하게 그려낸다. 세월과 함께 희미해져가는 기억, 혹은 생각날 듯 말 듯 혀끝을 맴도는 누군가의 이름은 사람과 시간 사이의 간절한 밀고 당김이리라.


『그날 그 꽃』은 또한 ‘견딤’의 미학을 묵묵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느덧 시인의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한 통증이라는 손님, 그리고 매일의 산책을 방해하는 거센 바람은 그로 하여금 일상의 순간들이란 견뎌내야 할 무엇임을 깨닫게 한다. 세월의 불청객처럼 흰머리는 자라나고, 너무나 중요한 현재의 순간들은 덧없이 흘러 “보지 못할 미래”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은 언제나 우리의 말문을 막아버리지 않는가. 하지만 그 거센 바람에 맞서 기어이 길을 걷고, 언제 아팠느냐는 듯 통증을 털어내고, 인공 눈물로 “안구건조증”을 누그러뜨리는 일상에서 시인의 깨달음은 어떤 대단한 철학이나 종교가 주는 깨달음 못지않게 또 하루를 견뎌낼 버팀목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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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피어남과 사라짐, 그리고 견딤이 미학이 빛을 발하는 기저에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시인의 애정이 깔려있다. 보내준 선물보다 더 좋은 보낸 이의 마음, 저 먼 나라에서 보내온 한 장의 사진 속 아이들의 웃음, 시인이 오랜 봉사의 시간을 쏟은 이산가족 상봉의 사연 등 이 모든 것들은 그 안에 담긴 그것만의 역사로 시인의 오늘을 충만하게 해주는 것들이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견디는 사이사이 피어나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의 다음 일기장을 우리는 또 기다리게 된다. “오늘 쓰고 / 내일 또 기억”하는 시인의 “심안에 피는 / 그날 그 꽃”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시들지 않을 것이기에. 이미선(경남대학교 영어교육과 부교수).






영남취재본부 송종구 기자 jg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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