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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시멘트업계에 드리운 그림자, 라파즈와 중국 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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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시멘트업계에 드리운 그림자, 라파즈와 중국 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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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경영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산업 수명 주기 이론에 따르면 산업도 생물처럼 '태동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를 거친다. 죽은 물고기나 물살에 몸을 내맡길 뿐이라며 기업들은 쉼 없이 전진과 성장을 추진하지만 쇠퇴기를 맞이한 기업 스토리는 흔하다.


라파즈라는 프랑스 시멘트 회사가 있었다. 2015년 세계 1위 스위스 홀심(홀데르방크시멘트)과 2위 라파즈가 합병해 '라파즈홀심'이라는 공룡이 됐지만 합병에 따른 독과점 이슈는 끊이지 않았다. 2021년에는 2010년대 시리아 내전 때 현지 공장의 안정적 운영을 목적으로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단체에 돈을 건넨 것이 밝혀져 프랑스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그해에 사명에서 홀심만 남고 라파즈는 사라졌다.


라파즈는 저가정책으로 시장을 잠식, 수익성을 악화시켜 그 나라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을 썼는데,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0년 부도난 한라그룹 산하 국내 4위 업체 한라시멘트를 인수해 라파즈한라시멘트를 설립한다. 라파즈한라는 저가공세로 시장점유율을 2004년 9.9%에서 2006년 13.9%까지 높이며 한때 국내 2위까지 올라갔다.


쌍용양회와 성신양회 등의 맞대응으로 국내 시멘트 가격은 t당 6만3500원에서 4만6000원까지 떨어졌고, 출혈경쟁으로 업계가 위축되면서 출하량은 연간 5000만t 이하로 감소했다. 2007년 프레드릭 드 루즈몽 라파즈한라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가격 인하를 주도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취임 일성으로 치킨게임은 진정됐지만, 이미 국내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2016년 라파즈는 해외사업장 중 시장점유율 1위인 곳을 뺀 나머지 사업장을 매각하면서, 국내 시장을 떠났다.


최근 라파즈가 떠난 자리에 중국 업체들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지난 9월25일 방한한 중국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매각 가능성 있는 한국 업체를 소개해 달라"면서 "한국 시장을 아주 매력적으로 본다"고 국내 진출 의사를 밝혔다.


중국 시멘트 산업은 800여개 업체가 1800여기의 킬른을 보유, 9개 업체가 36기를 가진 한국의 50배 규모다. 지난해 중국 시멘트 생산량은 20억3300만t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50.2%인데, 자국 건설경기 불황으로 내수 시장이 급감하자 저가 덤핑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2일 국토교통부는 중국산 시멘트 유통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전체 공사비에서 2% 남짓 차지하는 시멘트에 대해 중국산 수입을 허용한다고, 공사비와 분양가 하락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까.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중국산에 우리 정부가 나서서 활로를 열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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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총 출하량은 4400만t으로 1998년 외환위기 시절 4460만t보다 적다. 전기료도 1㎾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인상되며 제조원가 비중이 20%에서 30%로 늘면서 부담도 늘었다. 시멘트 업체들은 매출 부진과 원가 상승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국내 시멘트 산업에 드리운 그림자는 한층 더 길고 짙어졌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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