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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싸고 '유배콜'도 잘 받아"…불법 외국인 노동자 성지된 배달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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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불법 취업 외국인 적발 150건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묻기 어려워

국내 배달 업계에 외국인 라이더 비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불법 체류자가 배달 업무를 하다 적발되는 건수도 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무번호판·무면허로 배달하는 외국인 라이더의 정보를 공유·신고하는 코너도 신설되고 있다.


"더 싸고 '유배콜'도 잘 받아"…불법 외국인 노동자 성지된 배달업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오토바이 배달원이 배달을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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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택배·배달업에 종사하는 불법 취업 외국인 적발 건수는 모두 15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년 동안 적발 건수가 117건임을 고려하면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이상 적발된 셈이다.


이는 국내 배달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부족한 인력을 불법 외국인 라이더로 메꾸면서 발생했다. 외국인 라이더의 경우 국내 라이더와 비교해 낮은 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고 악천후나 동선이 좋지 않은 일명 '유배콜'을 수락하는 비율도 높다.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은 서울 영등포구, 인천 부평구, 경기도 수원 영통구 등에 있는 중소 배달대행 업체에선 이미 외국인 라이더 비율이 국내 라이더 비율을 추월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활동하는 배달업 종사자 양모씨(42)는 "중소 배달대행 업체일수록 취업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동남아에서 온 불법 외국인 라이더들이 많이 활동한다"며 "쿠팡이나 배달의민족(배민) 같은 대형 업체에서도 한국인 명의를 도용해 활동하는 외국인 라이더가 많다"고 전했다.


문제는 불법 체류자 신분인 외국인 라이더가 무보험·무면허 상태로 운전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이 경우 운전하다 사고가 발생할 시 책임 소재가 모호해지고, 피해를 온전히 보상받기도 어렵다. 한국도로교통공단 등에서 불법 외국인과의 접촉 사고 발생 시 피해 금액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나 보상 비율이 낮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F-2(거주), F-5(영주), F-6(결혼이민)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에 한해서만 배달 업체 취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조건이 까다로워 각종 불법적인 방식으로 몰래 취업하는 경우가 잦고, 고용주들은 이들이 불법 신분임을 알면서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취업을 묵인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배달대행 업체 관계자는 "고용주 입장에선 국내 라이더보다 임금도 낮고 악천후 시 콜 수락 비율도 높은 외국인 라이더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하루에 1만원 정도만 주면 불법 외국인 라이더의 명의 도용까지 전부 해결해주는 곳도 있다. 그만큼 암암리에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싸고 '유배콜'도 잘 받아"…불법 외국인 노동자 성지된 배달업계 서울 한 오토바이 주차장에 저녁 시간을 앞두고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상황이 이렇자 국내 라이더들 사이에선 머지않아 외국인 라이더가 국내 배달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위기감도 나온다. 최근 국내 최대 배달 기사 커뮤니티엔 '불법 외노자 토크' 코너가 신설되기도 했다. 전국에서 목격된 불법 외국인 라이더의 정보와 신고 후기를 공유하자는 취지다. 이 커뮤니티엔 '부평 외국인 번호판 제보합니다' '강동구 외국인 라이더 신고 후기' 등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라이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불법 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국내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달 기사가 부족해졌고 반대로 배달 단가는 높아지면서 고용주들은 더 저렴한 임금으로 기사를 고용하고 싶어한다.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외국인 라이더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다만 이들이 무보험·무면허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냈을 시 우리 국민이 피해를 온전히 보상받을 수 없고 이는 국민적 피해로 돌아오기에 정부는 배달업에 종사하는 불법 외국인 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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