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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하라고요? 싫은데요"…승진 싫다는 그들의 '본심' [청춘보고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3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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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 언보싱' 트렌드 확산
중간관리직 승진 회피하려는 경향
과거와는 달리 워라밸 중요성 대두

영국 Z세대 사이에서 '의도적 언보싱(Conscious unbossing)'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이는 중간관리직으로의 승진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뜻한다. 과거 빠른 승진을 원하던 분위기와는 달리 최근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오히려 천천히 승진하고자 하는 욕구가 늘어난 것이다. 또 승진을 한다 해도 금전적 보상이 적은 경우가 많아 최대한 승진을 미루려는 이들도 나온다.

승진 회피하는 Z세대…"스트레스 높은데 보상은 낮아"
"팀장 하라고요? 싫은데요"…승진 싫다는 그들의 '본심' [청춘보고서]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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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글로벌 채용 컨설팅 기업 '로버트 월터스'에서 영국 Z세대를 중심으로 승진 관련 조사를 실시한 결과, Z세대 응답자의 52%가 중간 관리직을 원치 않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중 69%는 중간 관리자가 '스트레스는 높지만 보상은 낮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또 응답자의 36%는 '중간관리직을 원하지 않지만, 경력으로 인해 어느 시점엔 승진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한 반면, 응답자의 16%는 '중간 관리자를 완전히 피하고 싶다'고 답했다.


로버트 월터스의 디렉터 루시 비셋은 "Z세대는 다른 직원들을 관리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프로젝트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집중시키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며 "중간 관리직으로 승진한 사람들은 업무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더 많은 기대치와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는 지속적인 압박감을 경험한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중간관리직 맡는 것을 꺼리는 이런 상황은 나중에 고용주에게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상은 최소한의 업무만 처리하며 회사에 기여하려는 의지가 없는 '조용한 퇴사'와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조용한 퇴사'는 2022년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20대 엔지니어 자이드 플린이 틱톡을 통해 올린 영상이 화제 되면서 이슈된 단어다. 해당 영상에서 플린은 "일이 곧 삶은 아니다. 당신의 가치가 당신이 하는 일로 정의되지 않는다"라는 영상을 올렸다. 즉, '조용한 퇴사'는 일 때문에 삶을 희생하지 않고, 심리적으로도 일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게 핵심이다. '일을 그만두겠다'는 의미보다는 '일에 열정을 투자하는 마음을 그만두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韓도 마찬가지…MZ 직장인 절반 이상 "임원 승진 생각 없어"
"팀장 하라고요? 싫은데요"…승진 싫다는 그들의 '본심' [청춘보고서]

국내 상황도 해외와 별반 다르지 않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승진 거부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MZ세대 직장인 11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54.8%가 '임원 승진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승진을 원하지 않는 이유로는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가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전체의 43.6%를 차지했다. 이어 ▲임원 승진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서(20.0%), ▲임원은 워라밸이 불가능할 것 같아서(13.3%) △임원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11.1%) ▲회사생활을 오래 하고 싶지 않아서(9.8%) 등의 순이었다. 이는 고액 연봉·승진을 원하기보다는 정년까지 '가늘고 길게'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하려는 이들이 늘어난 것과 연관된 현상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노동계에서는 정년 연장 요구와 함께 '승진 거부권'을 도입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 또한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 승진거부권을 넣었다. HD현대중공업의 생산직 직급은 7~4급(14년)-기원(6년)-기장(6년)-기감(6년)-기정(기한 없음) 8단계로, 사무직은 매니저(4년)-선임매니저(4년)-책임매니저(기한 없음) 3단계로 구성된다.



생산직의 경우 기장에서 기감 이상으로, 사무직은 선임에서 책임 이상으로 승진하면 노조에서 자동 탈퇴하게 되는데 이때 승진을 거부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승진을 빨리하기보다는 조합원으로서 안정적으로 혜택을 누리고자 하는 직원들 분위기가 반영된 셈이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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