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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국이 운영하는 필리핀 앙갓댐…"죽어가던 기계를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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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일대 수돗물 98% 공급하는 앙갓댐
앙갓댐 운영 지분 40%는 한국 수자원공사
노후 설비 바꾸고, 무효 방류 없애 수익성 ↑

앙갓댐 성공 바탕으로 상하수도 사업 도전장
필리핀 신도시 '뉴클락시티' 수주전 참여키로
"AI로 취수원 찾고 지하 저류댐도 만들 것"

[르포]한국이 운영하는 필리핀 앙갓댐…"죽어가던 기계를 깨웠다" 필리핀 불라칸주 노르자가라이시에 있는 앙갓댐. 수도 마닐라에서 북동쪽으로 60km가량 떨어진 댐으로 수도권 일대 수돗물의 98%를 공급한다. 앙갓댐의 운영권 지분 40%는 현재 한국의 수자원공사가 보유하고 있다. 사진=송승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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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북동쪽으로 60㎞가량 떨어진 ‘앙갓댐’을 향하는 차량에 올랐다. 마닐라 시내의 극심한 교통 혼잡에 이어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2시간여 달리자 우거진 수풀 사이로 좁고 가파른 산길 도로가 나왔다. 산길 도로 곳곳에는 나무 기둥과 슬레이트 지붕으로 만든 판잣집이 눈에 띄었다. 약 1시간을 계속해서 오른 뒤에야 높은 철조망과 총기를 소유한 경호원이 지키는 앙갓댐 발전소에 도착했다.


앙갓댐 지분 확보한 수자원공사, 설비 현대화로 수익성↑

앙갓댐은 마닐라와 인근 수도권을 합한 ‘메트로 마닐라’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는 곳이다. 필리핀에서 첫 번째로 중요한 기반시설로 꼽힌다. 초당 약 50t의 물을 방류하는데, 하루 용수공급량이 500만t에 이른다. 마닐라 수돗물 공급량의 98%를 책임진다. 동시에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수력발전 용량만 218메가와트(㎿)로 한국 소양강댐 발전용량 200㎿를 뛰어넘는다. 한 번에 마닐라 시민 약 7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14년부터 앙갓댐의 운영에 참여해오고 있다. 해외 수력발전소의 운영권을 인수한 국내 최초 사례다. 애초 앙갓댐은 1967년 일본에 의해 준공됐다. 이후 일본 정부의 운영계약이 끝나자 필리핀 정부는 새로운 관리자를 물색했고, 필리핀 맥주회사 산미겔과 수자원공사가 공동으로 앙갓댐 경영권을 인수했다. 국가기반시설의 경우 외국기업이 대주주가 될 수 없는 현행법에 따라 현재 지분의 60%는 산미겔이, 40%는 수자원공사가 확보한 상태다.


수자원공사는 앙갓댐을 인수한 이후 10년간 ‘댐 안정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앙갓댐 안정화 사업은 노후한 시설을 보수하고, 발전량을 최대로 끌어내기 위해 진행됐다. 대표적인 사업이 2021년 시작한 발전기 교체작업이다. 수자원공사가 약속받은 앙갓댐 운영기한은 최대 50년이다. 이미 55년이 넘은 댐인 만큼 발전기 교체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은행권에서 발전설비 현대화에 필요한 돈을 차입했다.


[르포]한국이 운영하는 필리핀 앙갓댐…"죽어가던 기계를 깨웠다" 필리핀 노동자들이 앙갓댐 발전소에서 노후 발전기를 해체하고 있는 모습. 사진=송승섭 기자

이날도 앙갓댐 발전소에서는 내부 발전기 교체작업이 한창이었다. 안전모를 쓰고 발전기가 있는 시설로 들어가자 총 4기의 수력발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중 2기는 이미 현대화가 완료됐고, 남은 노후 발전기 2기 중 1기의 해체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발전기 바로 옆 작업장에서는 낡은 발전기를 완전히 해체한 뒤 투입할 신식 발전기 건설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내년 말이면 다른 장소에 있는 발전기 3기를 합해 총 7기가 현대화된 설비로 교체가 이뤄진다.


발전기 교체는 앙갓댐 운영방식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노후 발전기를 조종하는 운영지원실은 과거부터 사용해온 버튼식 기계 수십 대가 10여m 가까이 늘어져 있었다. 발전기를 움직이려면 사람이 직접 기계로 접근해 원하는 버튼을 누르는 식이다. 반면 신식 발전기를 담당하는 사무실의 경우 컴퓨터 10여대가 조종을 대체하고 있었다. 필요한 기계나 장비는 별도 공간에 분리해 배치했다.


필리핀 앙갓댐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무효방류’ 문제도 수자원공사가 해결했다. 무효방류란 발전기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내는 물을 말한다. 앙갓댐은 2012년 화재로 일부 발전기가 불에 타 기능을 하지 못했다. 초당 24t, 금액으로 보면 연간 200억원에 달하는 수자원을 사실상 버리고 있었다. 수자원공사는 불에 탄 발전기를 새로운 기계로 교체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곧 수익을 내게 될 전망이다.


[르포]한국이 운영하는 필리핀 앙갓댐…"죽어가던 기계를 깨웠다" 앙갓댐 수력발전소에 붙어있는 현판. 사진=송승섭 기자

앙갓댐 인수는 수자원공사의 쏠쏠한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수와 교체에 수자원공사가 사용한 비용은 대략 1000억원 정도다. 현재 매출은 약 400억원 정도인데 각종 발전기 교체가 끝나면 6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세한 손익분기점은 기밀이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손익분기점이 도래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수자원공사는 해외 댐 운영에 따른 신인도 향상도 큰 수익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 앙갓댐 운영사무소에서 기술 부문을 책임지는 강동형 최고기술관리자는 “당장 앙갓댐으로 벌어들인 돈이 전부가 아니다”면서 “한국의 수자원공사가 거의 죽어가던 기계를 깨워 돌리면서 한 국가의 물 안보에 기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 곳곳에 노후화한 발전소가 가득한데 이 시장을 수자원공사가 차지하기 위한 역량을 쌓게 됐다”고 평가했다.


수자원공사는 앙갓댐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필리핀 내 다른 댐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현재 필리핀 정부는 노후화한 다목적댐 135개에 대한 사업 제안을 받고 있다. 기업에서 효과적인 리모델링이나 운영방식을 먼저 제안하면, 필리핀 정부가 평가해 사업을 허가하는 식이다. 수자원공사는 사업 참여를 위해 환경부와 함께 현지 컨설턴트를 고용해 사업성이 좋은 댐 리스트를 추리는 중이다.


앙갓댐 성공 바탕으로 상하수도 사업 도전장
[르포]한국이 운영하는 필리핀 앙갓댐…"죽어가던 기계를 깨웠다" 뉴클락시티로 가는 길. 필리핀 정부는 수도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100km가량 떨어진 팜팡가주 일대에 주민 120만명이 거주하는 녹색신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사진=송승섭 기자

댐 사업을 넘어 상·하수도 사업에도 도전장을 냈다. 대상은 해외 필리핀 정부가 건설 중인 ‘뉴클락시티’ 사업이다. 뉴클락시티는 2016년 마닐라의 교통체증과 자연재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100㎞가량 떨어진 팜팡가주 일대에 짓는 신도시다. 도시 면적은 약 9450헥타르(㏊)로 분당 신도시의 약 6배 규모다. 최종적으로 주민 120만명과 근로자 80만명이 일하는 녹색도시로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2055년 종료 예정인 뉴클락시티 사업의 비용은 추산 중이지만 1조원은 훌쩍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사업자로 선정되면 50년간 일대 상·하수도를 운영할 수 있는 만큼 수자원공사는 수익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인근에 국제공항과 고속도로가 존재하고, 2026년 철도가 완성되면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란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대 분양도 이미 70% 가까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자원공사가 해외 수주전에 참여하는 것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물을 공급하는 ‘까리안 광역상수도’ 사업 이후 약 7년 만이다. 내년 사업참여기업 숏리스트가 발표되고 2026년이면 착공이 시작된다.


수자원공사는 우수한 기술력을 한국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현지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뉴크락시티 초기 인구를 고려해 우선 향후 10년간은 관정을 뚫고 인공지능(AI)으로 취수원을 찾아줄 것”이라면서 “이후 자연스럽게 주민이 늘어나면 지하수 댐을 만들거나 인근 댐을 이용해 물을 끌어오겠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필리핀 정부에서 한국의 지하저류댐 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르포]한국이 운영하는 필리핀 앙갓댐…"죽어가던 기계를 깨웠다" 제리코 본독 기지전환개발청(BCDA) 전략 프로젝트 담당관이 뉴클락시티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송승섭 기자

필리핀 정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사업을 주관하는 기지전환개발청(BCDA)의 제리코 전략 프로젝트 담당관은 뉴클락시티 건설 현장에서 본지 기자를 만나 “수자원공사는 물 분야에서 선두주자이고 전문기술을 워낙 많이 확보해 고품질 용수를 만드는 것에 아무런 의심이 없다”면서 “기술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입찰에서 이미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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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과 필리핀 관계는 갈수록 밀접해지고 있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수립하는 데 합의했다.




마닐라=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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