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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휴대폰 안에 들어 있는 '인공 관절' [테크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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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안에 탑재된 소형 OIS
떨림 감지해 렌즈 움직이는 모터
앞으론 형상 기억 합금으로 제작

인간이 손으로 뭔가를 쥐면 미세한 손 떨림이 발생합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최신 스마트폰 카메라는 아무리 손 떨림이 심해도 초점을 안정적으로 맞춰 줍니다. 이제는 모든 스마트폰의 기본 사양으로 취급되는 보정 기술 덕분입니다.


카메라 손 떨림 보정은 워낙 일상적으로 쓰이는 터라 신기하다는 느낌조차 받기 힘들 정도지만, 이 기능을 구현하는 데 투입된 기술은 여전히 미세 공학의 첨단을 달립니다.


떨리는 손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렌즈

당신 휴대폰 안에 들어 있는 '인공 관절' [테크토크] 스마트폰의 카메라 렌즈는 '카메라 모듈'의 돌출부다. [이미지출처=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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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카메라는 '카메라 모듈'로 이뤄집니다. 카메라의 기본인 렌즈, 빛을 디지털 데이터로 바꿔 저장하는 이미지센서, 그리고 자동으로 카메라의 상을 맞춰 주거나, 손 떨림을 보정하는 장치입니다. 보정 장치는 크게 광학식(OIS), 디지털식(DIS), 전자식(EIS)으로 나뉘는데, 그중에서도 OIS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OIS는 '액추에이터'라고 불리는 일종의 전기 모터입니다. 원래 액추에이터는 전기로 작동하는 산업 로봇의 관절 부위에 들어갑니다. 상하, 좌우 4개 축으로 움직여 로봇 팔이나 다리를 굽히고 펼 수 있게 해주지요. 마찬가지로 카메라 모듈의 OIS는 미세한 손 떨림을 감지할 때마다 렌즈를 계속 움직임으로써 상을 보정하는 장치입니다. 즉, 우리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안에는 작은 로봇 관절이 들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입니다.


당신 휴대폰 안에 들어 있는 '인공 관절' [테크토크] 카메라 모듈의 실제 크기. 렌즈, 이미지센서, 액추에이터를 비롯한 여러 부품이 탑재됐다. [이미지출처=폰 뮤지엄 유튜브 캡처]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은 손가락 한 마디만한 작은 기계이고, OIS는 그보다도 훨씬 작습니다. 하지만 액추에이터의 정확한 작동을 위해 OIS 안엔 다양한 센서가 탑재됩니다. 떨림을 감지하는 자이로센서, 떨림 양을 분석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그 떨림의 반대 방향으로 모터를 조작하는 드라이버 IC가 대표적입니다. 전기 모터에 흘러야 할 정확한 전류의 양을 포착하기 위한 홀 효과 센서와 간섭계도 포함됩니다.


OIS는 스마트폰이 '현대 기술의 집대성'인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극히 미세한 위치의 변화를 감지해 정확히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기계 장치를 손가락 마디 하나 크기로 압축한 겁니다. 심지어 이런 기계가 매년 7억대씩 양산(카운터리서치 리포트)돼 70~90만원짜리 보급형 스마트폰에 탑재됩니다. 카메라 편의성을 늘리겠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전 세계 수십, 수백개 기업이 협력한 결과 이뤄진 진보입니다.


앞으론 '변화하는 금속'으로 모터 만든다

심지어 앞으로는 훨씬 미래적인 개념의 OIS도 보편화할 예정입니다. 바로 '형상기억합금(SMA)'을 이용한 OIS입니다. 형상 기억 합금은 특정한 온도로 가열하면 다시 원래 형상으로 돌아가는 합금으로, 주로 니켈과 티타늄을 합성해 만듭니다. 1960년대 미국에서 달 탐사에 활용할 목적으로 연구됐고, 현재는 의료·기계·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요.


니켈-티타늄 형상 기억 합금으로 금속 와이어를 만들어 엮으면 다섯 방향(X,Y,Z축)으로 움직이는 미세한 기계 장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장치에 열을 가할 때 나타나는 '돌아가려는 힘'을 동력 삼아 액추에이터를 만든 겁니다. 해당 액추에이터를 SMA OIS라고 합니다. SMA OIS는 기성 전기 모터 기반 OIS보다 훨씬 에너지 효율적이며, 조절 가능한 힘의 수준도 훨씬 미세해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당신 휴대폰 안에 들어 있는 '인공 관절' [테크토크] 형상변화합금(SMA) 와이어로 만든 액추에이터 [이미지출처=케임브리지 메카트로닉스 홈페이지]

게다가 전류를 흘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일반 OIS에 탑재되던 홀 센서나 전류 간섭계를 빼도 됩니다. 이미 극미세한 기계 장치인 OIS보다 훨씬 더 작은 OIS를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카메라 모듈 내에 OIS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면 이미지센서, 렌즈를 위한 면적이 늘어나고, 또 일반 스마트폰보다 탑재 면적에 제한이 큰 폴더블 스마트폰을 만들 때도 유용합니다.


SMA OIS는 '케임브리지 메카트로닉스'라는 회사에서 폭스콘과 협력해 처음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기술 자체는 2010년대에 이미 구현된 바 있으나, 당시에는 워낙 비싼 가격 때문에 일반 스마트폰에 탑재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근엔 카메라 성능 향상에 초점을 둔 중국 브랜드들이 점차 SMA OIS를 채택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화웨이와 오너(HONOUR)의 플래그십 휴대폰에도 최신 세대 SMA-OIS가 탑재됐지요. 앞으로 더욱 생산량이 늘어나 가격이 내려가면 중저가 휴대폰에도 SMA-OIS가 탑재될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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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손바닥만 한 작은 전자기기 안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기능'을 집약한 물건입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신소재, 기계공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산업 분야의 테크가 아낌없이 투여됩니다. 스마트폰은 2007년 첫 공개 이후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켰고, 동시에 인간의 산업 역량도 앞당겼을 겁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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