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다이어트로도 뺄 수 없어요"…배에 달린 32㎏ '이 덩어리'의 정체는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41초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글자크기

2년전 생긴 심한 림프부종으로 중환자실까지
건보, 미용목적 수술로 분류…지원 불가 통보

복부에 어린아이 한 명 몸무게에 해당하는 32㎏ 부종이 생겼지만 이를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영국 남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영국 일간 더 선은 6일(현지시간) 영국 더비셔 롱 이튼에 사는 앨런 브롬야드(48)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2년 전부터 복부에 덩어리가 차오르는 림프 부종으로 고통받고 있는데도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영국 국민건강보험(NHS)이 림프 부종 제거 수술을 미용 목적으로 분류해 의료비 지원을 두 차례나 거부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로도 뺄 수 없어요"…배에 달린 32㎏ '이 덩어리'의 정체는
AD

수술이 미뤄지는 동안 상태가 악화한 브롬야드는 급기야 지난 8월에는 패혈증까지 생기는 바람에 2주 동안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그 가운데 6일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다. 그는 "거의 죽을 뻔했다. 부종이 무릎까지 내려와 엉망이 돼 제거해야 할 정도였다"고 당시 상태를 설명했다. 이어 "림프액 덩어리가 5ℓ나 되고, 다이어트로도 뺄 수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항상 죽은 아이를 업고 다니는 것 같다. 림프액이 붕대에서 새어 나와 일주일 동안 사용한 붕대가 80㎏에 달했던 적도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농부로서 소를 키워 온 브롬야드는 림프 부종으로 인해 소를 돌볼 수 없게 돼 생계를 잇는 것마저 어려워졌다. 그는 "평생 농사를 지었는데, 더는 일할 수 없어 소를 팔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브롬야드는 병 때문에 침대에만 누워 있어야 하고, 계단을 오르거나 운전을 하는 단순한 일조차 힘들어질 정도로 무릎과 엉덩이가 망가졌다.


림프 부종은 신체 면역력을 유지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림프액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고이면서 생기는 부종이다. 브롬야드의 사례와 같이 크기가 큰 림프 부종은 수술 및 회복·재활 과정이 길기 때문에 치료비가 많이 든다. 브롬야드는 이러한 비용을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워 NHS에 두 차례 지원을 요청했다. NHS는 미용 목적이나 비필수 수술에 대해서는 자금 지원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런데 NHS는 브롬야드의 상태가 심각한데도 이를 미용 목적 수술로 본 것이다.


브롬야드의 수술비 지원 요청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더비와 더비셔 지역 NHS 대변인은 "개별 사례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일부 치료는 일반적으로 NHS에서 제공되지 않으며, 치료가 기존 서비스 제공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 개인 자금 지원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브롬야드는 자신의 외과의, 일반의(GP), 노팅엄 대학병원의 림프 부종 클리닉 책임자와 함께 NHS 지원을 받기 위한 세 번째 신청을 준비 중이다.


한편 림프 부종은 발생 원인별로 선천성, 조발성, 속발성으로 나뉜다. 선천성 림프부종은 태어났을 때부터 발견되는 림프 부종이다. 조발성 림프 부종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주로 소년기와 30대 사이에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속발성 림프부종은 악성 종양, 기생충, 수술 등으로 인한 외과적 림프관 차단림프관의 폐쇄로 인해 발생한다.



림프 부종 초기 단계에서는 대부분 피부를 손끝으로 누르면 쉽게 눌리는 함요 부종 상태가 나타난다. 이후 피부 조직이 섬유화해 단단해지고 두꺼워지면서 부종 발생 부위가 무겁고 불편해지며 종종 통증도 동반한다. 림프 부종이 심해지면 팔, 다리의 운동 능력도 떨어진다. 림프 부종이 발생하면 가급적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제일 먼저 림프액 배출을 돕는 '도수 림프 배출법'이라는 마사지 요법을 시도할 수 있고, 압박 치료, 운동 등 보존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1년 이상 시행해도 만족할 만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