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정부기관 최초로 방심위와 대면회의
추가 핫라인 개설·실무자 협의 정례화
"해외 플랫폼, 국내법 준수 유도할 것"
디지털 성범죄의 진앙지로 지목됐던 텔레그램이 우리 정부의 단속·수사 요청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딥페이크 성범죄영상물 등 불법 정보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 대응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텔레그램은 대한민국 정부 기관으로서 처음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와 대면 회의를 갖고 이 같은 방침을 전달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30일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주말 텔레그램과의 대면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류 위원장은 "텔레그램 측이 약속한 몇 가지 핵심 사안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텔레그램 내 유통되는 불법 정보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서 강력 대응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를 통해 텔레그램은 △딥페이크 성범죄 외에도 음란·성매매, 마약, 도박 등 텔레그램 내에 유통되는 불법 정보에 대해 다각적으로 협력하고 △방심위 요청 시 이를 적극 수용해 텔레그램 내 불법 정보를 신속하게 삭제·차단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 경찰청과 방송통신위원회와도 전향적으로 협의하기로 약속했다. 방심위와 텔레그램은 현재 구축된 핫라인 외에도 전담 직원과 상시 연락이 가능한 별도의 추가 핫라인을 개설하고, 실무자 협의를 정례화하기로 하는 등 업무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협조 요청에 소극적이었던 텔레그램이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꾼 것이다. 텔레그램이 대한민국 정부기관과 대면회의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동수 디지털성범죄 심의국장은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텔레그램 내 상당한 위치에 있는 고위직 책임자와 회의를 가졌다"면서 "회의 장소도 비공개"라고 말을 아꼈다.
방심위는 지난 8월 딥페이크 성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텔레그램과의 핫라인 확보를 추진해왔다. 이에 텔레그램은 최근 방심위가 요청한 딥페이크 성범죄영상물을 삭제하고 결과를 즉각 회신하는 등 쌍방향 소통을 시작했다. 이 국장은 "핫라인을 확보한 지난 3일부터 25일까지 텔레그램에 요청한 148건의 불법 영상물을 100%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방심위는 딥페이크 성범죄영상물과 관련해 텔레그램과의 이메일 교환과 화상 회의 등을 통해 실무 논의를 진행했고 지난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1차 대면회의를 열었다. 이 국장은 "상시적으로 이메일, 휴대전화, 화상회의 등의 방법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됐다"며 "심도 깊은 회의가 필요하면 대면회의도 가능하지만 (2차 회의 날짜를) 특정 짓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향후 텔레그램이 경찰청과 협조 체계를 구축하면 가해자 처벌도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국장은 "범죄에 연루된 사람이 있다면 아이디와 전화번호는 텔레그램과 경찰청과의 협력 과정에서 제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심위 역시 경찰청과 공조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며 "경찰청에서 인지한 사건을 공조 시스템에 입력하면 24시간 상주하는 방심위 직원이 확인하고 즉각 텔레그램에 삭제·차단조치 요청을 한다"고 했다.
이 국장은 "세계적 흐름을 보면 해외에서는 플랫폼 사업자에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에서도 사업을 영위할 때 책임감을 갖길 바란다"고 했다. 류 위원장은 "딥페이크 성범죄영상물 등 온라인상에 떠도는 불법 유해정보들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 공조를 강화해 텔레그램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의 국내법 준수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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