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주주, 도요다 회장 재선임 반대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이 품질 인증 부정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사직을 유지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에 대한 대주주들의 불신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30일 "일련의 차량 안전 스캔들 이후 제기됐던 도요다 회장의 리더십과 도요타자동차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표면 위로 떠 올랐다"며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 도요다 회장 유임에 반대표를 던진 대주주들이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닛세이 에셋 매니지먼트는 최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가 지난 6월 도요타자동차 주주총회에서 도요다 회장 등 기존 이사 10명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졌음을 밝혔다. 닛세이는 "그들의 행동(품질 인증 부정)은 사회의 요구에 크게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대중의 신뢰와 회사의 시장가치 평가에도 손상을 주는 일이었다"며 반대표 행사의 근거를 설명했다.
또 다른 대주주인 미쓰비시 UFJ 에셋 매지니먼트도 도요다 회장을 비롯해 하야카와 시게루 부회장, 사토 고지 최고경영자(CEO)의 이사 재선임을 반대했다고 발표했다. 도요타자동차 경영진이 품질 인증 부정 스캔들의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회사의 거버넌스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6월 자동차 양산에 필요한 품질 인증(형식 지정) 취득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각돼 코롤라 필더·악시오, 야리스 크로스 등 7개 차종에 대해 정부로부터 출하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 한 달여만인 지난 7월에는 도요타 7개 차종에서 품질 인증 부정행위가 추가로 발견돼 근본적 조직체제 개선 시정명령을 받는 등 기업 신뢰도가 크게 실추됐다.
이에 지난 6월 주총을 앞두고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인스티튜셔널 셰어홀더서비스(ISS)와 글래스 루이스는 도요타자동차 주주들에게 도요다 회장에 대한 연임 반대를 권고했고,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과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들도 유임 반대 의사를 내비쳤으나 도요다 회장 등 기존 이사 전원이 연임에 성공했다. 당시 찬성표를 던진 대주주들은 회사가 품질 부정 논란의 핵심 원인을 제거하고 조직 문화를 혁신하려는 의지를 보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도요다 회장이 내년에도 직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도요타자동차 창업주의 손자인 도요다 회장은 2009년 CEO가 된 후 주주 지지율이 90% 이하로 떨어진 적이 거의 없었으나, 지난해 12월 다이하츠 부정행위 사건을 기점으로 지지율이 사상 최저치(85%)를 기록한 뒤 지난 6월 주총에선 72%로 더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해외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33.6%로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도요다 회장 본인도 최근 팟캐스트와 인터뷰 등에서 "도요타 역사상 어떤 이사회 구성원도 이토록 지지율이 낮아진 적이 없다"며 하락세를 반전하지 못하면 자신의 자리가 위험하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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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대주주들이 지난 6월 주총에서 자신들의 투표와 이유를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내년 도요다 회장의 재선임에도 먹구름이 꼈다"며 "기관투자자를 포함한 현지 은행 및 증권사가 회사 지분의 40%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마음이 바뀌면 현 회장의 임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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